조선시대 장애인은 어떻게 살았을까.
그들은 폐질자 잔질자 독질자로 불리며 장애명칭도 시각장애, 지체장애가 아닌 맹인, 애꾸눈, 외다리, 절름발이, 앉은뱅이, 꼽추, 난쟁이, 언청이, 귀머거리, 벙어리 등으로 불렸다. 또 광질이라고 해 오늘날의 정신분열증이나 간질 같은 정신질환도 장애로 인식됐다.

장애인이라는 명칭도 없고 장애유형도 장애를 가진 이를 비하하는 의미였으나 당시 그들의 사회활동은 오늘날보다 더 활발했던 것으로 보인다.

고려대 정창권 초빙교수는 최근 한림대가 한국인, 몸의 사회사를 주제로 연 한국사회사학회 주최 학술대회에서 고려 때부터 조선중기까지만 해도 장애에 개의치 않고 직업을 갖는 등 왕성한 사회활동을 했는데 조선후기와 현대를 거치면서 점차 배타적인 성향이 생겨났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조정에서 장애인단체를 설립, 운영하는 등 체계적인 장애인 지원정책도 마련돼 있었다며 전통시대의 장애인정책은 가족 부양이 원칙으로 만약 가족이 장애인을 부양할 수 없을 땐 친척과 이웃 등 마을공동체에서 지원해 줬다고 밝혔다.

그의 논문에 따르면 정부도 나름의 장애인정책을 폈다.
조선 태조 때에는 장애인들에게 조세와 부역, 잡역을 면제해 줬다. 형벌을 가하지 않고 베로 대신 받게 하고 연좌제에서도 제외시켜줬다. 특히 고려나 조선의 정부는 시각장애인들에게 점복(점치는 일), 독경(불경을 외우는 일), 악사와 같은 직업을 알선해 사회활동에 참여토록 했다.

조선 태종은 명통시라는 시각장애인 단체를 결성, 맹인들의 활동을 지원하기도 했다. 명통시에서 맹인들은 매달 초하루와 보름에 한번씩 모여 경문을 외우며 나라의 안위를 빌고 가뭄이 들 땐 기우제를 지내기도 했다. 나라에서는 명통시에 노비를 지원하고 소속 맹인에게 쌀과 베 등을 포상으로 줬다.

시각장애인 중 일부는 나라의 음악관장 기관인 장악원에 들어가 악기를 연주하는 것을 맡기도 하고 점복에 종사한 맹인들 중에는 관상감 소속의 명과학이라는 관직에 진출하기도 하는 등 전통시대 장애인들은 장애를 이유로 차별 받거나 소외되지 않았다.

조선 전기의 정치가 허조는 구루병을 앓아 등이 굽었지만 이조, 예조판서를 거쳐 좌의정까지 올랐으며 17세기를 살았던 조성기도 20살 때 말에서 떨어져 척추장애인이 됐지만 대학자가 돼 시문집 졸수재집과 소설 창선감의록을 남겼다.

또한 정조 때의 시인 장혼은 절름발이였으나 조정의 인쇄소인 감인소의 관리가 돼 임금이 내린 책들을 교정하고 비단집 20권의 문집을 남겼다.

이밖에도 시를 잘 짓는 조선 후기 시각장애인 부부였던 김성침과 홍씨 내외, 한쪽 시력을 잃은 장애인화가 최북 등은 장애를 가진 것과 무관하게 명성을 날렸다.

이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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