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성람재단을 상대로 낸 성람재단 산하 철원지역 3개 복지시설의 소유권이전등기소송 2심에서 패했다. 지난달 11일 서울고등법원 제23민사부는 성람재단이 서울시에 기부채납 의무를 이행할 시 제시한 요구조건 등이 있었음이 인정된다는 취지로 원심을 뒤집고 성람재단의 손을 들어줬다.

2심 재판부는 “서울시 측이 기부채납을 승낙했다 하더라도 성람재단 측의 요구를 부담하지 않은 것은 성람재단 측의 의사표시와 합치되지 않는 승낙이기 때문에 기부채납 내지 증여계약이 유효하게 체결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산하에 13개의 정신요양시설 및 장애인생활시설을 운영하는 사회복지법인인 성람재단은 지난 2006년부터 시설 장애여성 성추행 및 27억원의 국고 횡령 혐의가 밝혀져 검찰 기소됐다.

이후 장애인단체들의 계속되는 비리척결 농성과 요구에 성람재단은 2007년 3곳의 시설을 서울시에 기부채납해 시립화하겠다고 했으나 이를 이행치 않아 서울시는 같은 해 11월 재단을 상대로 소유권이전등기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서울고등법원은 지난달 11일 서울시가 성람재단을 상대로낸 등기이전소송에서 원심을 뒤집고 원고패소판결을 내렸다.

민사 소송과 관련해 1심재판부는 “성람재단 측이 기부채납을 하는 조건으로 ▲직원 전원의 고용승계 ▲성람재단 측과 소송중인 해고자들의 복직 및 체불 임금 채무 문제 ▲보조금 회수를 지시한 감사 지적사항 문제 등을 서울시 측이 해결해주기로 약속했다는 사실을 입증할만한 증거가 없기 때문에 문혜요양원 등에 대한 소유권 이전등기 절차를 이행하라”며 지난해 5월 1일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장애인단체들은 이번 2심판결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사회복지시설비리척결과탈시설권리쟁취를위한공동투쟁단(공투단)’은 지난 4일 오전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는 법원의 판결에 통탄을 금할 수 없다”며 “성람재단이 그동안 저지른 국고횡령 등의 비리와 생활인에 인권침해, 재판과정에서 조차 반성의 의미로 장애인시설을 기부채납 하겠다는 거짓 운운으로 형량을 깎았던 것을 미뤄볼 때 이번 재판결과를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공투단은 “서울시와 성람재단의 등기이전소송은 단순한 법률조문 해석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사회가 사회복지시설의 갖은 비리와 인권침해에 대해 어떠한 법의 잣대로 판단할 것이냐의 문제이기도 하다”며 “재단이 자신들의 이권을 지키고자 스스로 약속한 기부채납마저 재판으로 무용지물로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3년여를 끌어온 성람재단비리 사건은 지난달 27일 서울시가 상고함에 따라 대법원 판결을 앞두게 됐다.

장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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