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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사법부의 정의, 아동이 묻는다.
조시훈 기자 | 승인 2020.07.15 10:12

지난 6일, 서울고법 형사20부는 세계 최대 규모의 아동∙청소년의 성착취물 사이트 ‘웰컴투비디오’를 운영한 손정우에 대하여 미국의 범죄인 인도 요청을 불허하였다. 손씨는 생후 한 살도 안된 영아를 포함한 아동 성착취물을 수천 개 제공하고 그 대가로 가상화폐를 챙겼다. 아동 피해자들의 지독한 고통은 그들의 미래만큼 이어질 것이나, 손씨는 단 1년 6개월의 복역을 마친 후 출소하였다. 미국 법무부는 웰컴투비디오에 유통된 아동 성착취물에 대하여 “아동이 받은 성적 학대에 대한 영구적 기록”이라 보며 사용자에게 중형을 선고하였다. 반면에 대한민국의 재판부는 손씨에게 부양 가족이 생기고 반성한다는 이유로 그의 심각한 범죄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을 내렸다. 이에 세이브더칠드런은 사법부의 정의가 합당했는지 묻고자 한다.

수십만 개의 아동 성착취물을 판매∙유포∙전시한 손씨에 대한 처벌은 미국, 영국 등 국제공조 수사를 벌인 다른 나라들에 비해 현저히 낮으며, 감경 사유는 성착취 범죄자의 사정만 일방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1심에서는 이 범행이 ‘아동·청소년에 대한 인식을 성적으로 왜곡하는 것으로 사회에 미치는 해악’이 크다면서도, 피고가 반성하며 회원들이 업로드한 음란물이 상당하다는 이유로 집행유예를 선고하였다. 또한, 2심은 부양할 가족이 생긴 점 등을 양형 사유로 삼았다.

대법원 청사 정의의 여신상 저울의 추는 피해아동이 아니라 범죄자에게 기울어져 있는 듯하다. 이번 사건의 피해자는 대부분 사춘기 이전의 아동과 영유아였다. 자신에게 벌어지는 일이 무슨 일인지 충분히 이해하기 어렵고 자신의 피해에 대해 항변하기 어려운 아동기를 악용한 심각한 범죄이다. 유엔아동권리협약에 따라 아동은 ‘적절한 법적 보호를 포함한 특별한 보호와 배려’를 권리로서 보장받는다. 아동기의 특수한 요구를 반영하여 세계인권선언과 국제인권규약 외 아동에게 부가적인 권리를 부여한 것이다. 사법부는 이러한 국제협약에 따라 정의를 실현하였는가?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대한민국에서 ‘아동에 대한 성적 착취 및 성적 학대로 유죄 판결을 받은 성인 범죄자에게 관대한 형이 내려지고 있다’고 심각한 우려를 표한 바 있다(대한민국 제5-6차 국가보고서에 대한 아동권리위원회 최종견해, 2019.10.24.). 대한민국에서 아동 성착취 범죄는 양형기준조차 없다. 성착취된 아동∙청소년을 피해자로 규정하여 보호지원시스템을 구축하는 일 또한 지난 봄에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을 통해 가능하게 되었다. 청소년 10명 중 1명은 디지털 상 성적 유인 경험을 가지고 있으나 현행법 상 온라인 그루밍은 관련 규정조차 없다. 유럽국가들이 지난 2007년 ‘성착취 및 성학대로부터의 아동보호에 대한 유럽회 협약’을 결의한 것과 비교해 볼 때 아동 성범죄에 대한 대한민국의 대처는 이미 너무 늦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대한민국은 아동에게 정의로운 나라인가? 세계 최대의 아동성착취 범죄에 대해 엄중한 처벌을 하고자 미국 법무부는 강제 송환을 요구하였지만 법원은 사법주권행사의 관점에서 이를 불허하였다. 사법부가 공적으로 추구해야 하는 정의의 가치는 아동인권 수호가 아니라 사법권한의 방어에 무게를 두었다. 그러나 국가는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또한 유엔아동권리협약에 따라 국가는 아동에게 특별한 보호를 제공하여야 하는 책무를 지닌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세계 최대의 아동성착취 범죄에 대한 사법부의 관용적 판결에 대해 유감을 표하며 이러한 결정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엄중히 촉구한다. 또한 향후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범죄에 대한 사법부의 판결이 아동의 최상의 이익이 최우선적으로 고려되는지 면밀히 주시할 것이다.

2020년 7월  15일
세이브더칠드런

※위 논평/성명은 각 기관의 알림자료로써 당사의 보도기사 방향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조시훈 기자  bokji@bokj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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