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가 지난 20일 국가인권위 조직 개편안을 최종 통보한 가운데 인권위가 23일 오전 긴급 전원회의를 열고 이를 거부하는 입장을 담은 결정문을 발표했다.

인권위는 의견서를 통해 “국무총리와 행정안전부장관에게 국가인권위 조직축소 방침 철회를 강력히 요청하며, 합리적인 사태 해결을 위해 행정안전부가 신속히 직제령 개정절차를 유보할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정치적 독립은 국가인권위원회의 존립을 위한 필수 조건”
인권위는 “행안부의 일방적 조직축소 방침은 행정부가 독립기구인 국가인권위원회 조직의 근간을 뒤흔드는 행위로, 유엔의 파리원칙 등 국제인권규약과 국가인권위원회법에 명시된 독립성의 심각한 훼손”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인권위는 “공권력에 의한 인권침해가 전체 진정사건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나라에서 정부로부터의 정치적 독립은 국가인권위원회의 존립을 위한 필수적 조건”이라며 인권위의 독립성을 강조했다.

또 인권위는 “행안부가 요구한 대국대과제 개편안에 대해서도 독립성이 침해되지 않는 범위에서 이행할 의지가 있음을 밝혀왔다”며 “행정안전부는 조속히 조직진단 결과를 제시하고 국가인권위원회와 함께 타당성 검증을 거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행안부 구체적 근거 명시해야…인권위 자체진단 개편 의지 비춰
정부는 이에 앞서 지난해 초 인수위원회 시절 정부조직 개편안 발표를 통해 위원회를 대통령직속기구로 전환하기로 했다가 시민사회의 강력한 반발에 이를 거둬들인 바 있다.

이후 인권위 조직진단 실시 후 이를 바탕으로 인권위 조직축소 방침을 통보해왔다. 이에 인권위는 지난 9월 외부 조직진단 전문기관을 통해 실시했고 그 결과 오히려 23명 증원이 필요하다고 결론지어졌다.

그러나 인권위는 감사원의 의견을 받아들여 현 5본부 22팀 4소속기관을 국과제로 변환해 4국 1관 20과 3인권사무소로의 개편안을 행안부에 제출했다.

인권위는 “그동안 행안부는 인력감축의 근거가 자체 조직진단, 법무부 및 국민권익위와의 업무중복 등을 주장했으나 지난해  공식적으로 조직축소에 따른 근거 자료를 요청했음에도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답변하지 않았다”고 기적했다.

또 “행안부 안은 구체적 기준과 원칙 없이 인권위의 본질적 기능은 조사업무라고 주장하며 인권위 업무의 내용과 경중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업무량 증가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인력감축을 시도하는 것은 국가인권기구의 기본적 성격과 기능을 잘못 이해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인권위는 “향후 국가인권위원회 조직개편은 독립성이 훼손되지 않는 절차와 과정의 범위에서 추진돼야 한다는 점을 거듭 천명한다”며 “합리적인 사태해결을 위해 국가인권위원장과 국무총리 및 행정안전부 장관의 긴급 면담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장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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