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사회에서 그동안 여성장애인은 집안에서, 시설에서, 지역사회에서 자신을 드러내기 보다는 숨죽이고 자신을 낮추고 살아가고 있다. 온갖 폭력적인 상황에 어떠한 저항도 하지 못한 채 그대로 폭력에 노출돼왔다.

비장애인 중심으로 구조화 된 사회에서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남성중심의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정상성중심의 사회에서 ‘사회적 소수자인 장애여성’이라는 이유로, 개인의 차별과 억압의 경험은 무시되고 소통되지 못했다.

또한 여성장애인 인권운동이 장애인운동과 차별화되는 지점은 여성장애인에게 가해지는 가정폭력, 성폭력, 성매매 피해 등의 여성폭력의 문제다. 이는 바로 여성장애인의 몸의 통제권을 박탈당하고 결정권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며, 여성장애인은 ‘보호’의 대상, ‘동정’의 대상, ‘힘이 없는 약한 존재’로만 여겨지기 때문이다.
 
1990년말 부터 여성장애인 당사자들이 자족적으로 조직한 여성장애인 인권운동단체를 통해 인간답게 살기 위한 권리를 정부와 사회를 향해 요구하기 시작했다. 또 2000년 활동을 시작으로 여성장애인성폭력상담소는 우리사회 여성장애인 성폭력 문제를 사회적으로 이슈화하고 그 심각성을 알려냈다. 지역사회에서 장애인 성폭력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피해자와 그 가족을 상담하고 지원하고 성폭력 예방과 근절을 위한 활동을 활발하게 전개해 오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운동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성장애인 성폭력 문제는 심각한 양상으로 드러나고 범죄도 늘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여성장애인성폭력전문상담소는 16개소, 여성장애인가정폭력상담소는 3개소, 여성장애인 성매매피해지원상담소는 전무한 실정이다.

또한 피해여성들이 쉴 수 있는 보호시설은 여성장애인성폭력피해자 보호시설 3개소, 여성장애인가정폭력피해자 보호시설 1개소, 여성장애인성매매피해자 보호시설 1개소 불가하다. 또 폭력피해 여성장애인들이 그들의 상처와 피해로 인한 후유증들을 충분히 치유하고 회복할 수 있도록 사회적 지원들이 다방면으로 구축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사회적 지원망은 매우 부족하고 인식수준 또한 낮다.

때문에 폭력피해 장애여성들은 폭력으로 인한 커다란 상처를 겪은 후에도 그들의 자립이 가능하게 하는 사회적 지원망의 부재로 또 다시 좌절과 억압을 경험해야 하는 사례들이 발생하고 있다.
 
정부와 사회는 여성장애인에게 가해지고 있는 성폭력, 성매매 피해, 가정폭력 등에 대한 체계적인 정책수립을 하고, 폭력을 경험한 여성장애인들이 충분히 상처를 치유하고 자립할 수 있도록 다양한 사회적 지원책 마련에 앞장서야 한다. 또한 궁극적으로 여성장애인들에 대한 차별과 폭력을 조장하는 반(反)장애적, 반(反)여성적 사회문화를 뿌리 뽑기 위한 정부의 실질적이고 적극적인 마스터플랜을 요구하는 바이다.        

우리는 당당하게 선택하고 결정하고 책임지며 살아가는 이 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임을 밝힌다. 우리에게 가해지는 이유 없는 폭력에 저항하고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우리의 권리를 요구한다.

우리는 여성장애인이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오늘 이 자리를 계기로 ‘여성장애인 폭력추방 주간’을 당당하게 선포한다. 앞으로 각 지역에서 매년 여성장애인 폭력추방 주간에 맞춰 우리의 요구를 담아 투쟁해 나갈 것을 선언한다.

장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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