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차별금지법이 제정되고(2008년 4월 시행) 장애인 인권의식이 향상되는 등 안팎의 변화를 맞아 장애인계에서는 지역사회로의 자립생활에 대한 욕구도 높아졌다.

정부도 장애인복지패러다임의 변화에 맞춰 시설 소규모화를 중심으로 자립생활 정책을 내놓고는 있으나 현행 법제도는 탈시설 장애인이 곧바로 지역사회 속에 정착할 수 있도록 할 장치구실은 고사하고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거꾸로 가는 정부 자립생활 지원정책
지난 3월 5일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서울 종로구 계동 보건복지가족부(복지부)앞에는 중증장애인들의 규탄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는 복지부가 인천의 한 외곽지에 70인 규모의 장애인시설 신축을 추진하는데 반발해 열렸다.

이는 지난 해 복지부가 내놓는 2008년 이후 신규 신축시설은 30인 이하로 제한하고 2012년까지 30인 이하 소규모화 하는 ‘장애인 거주시설 개편 방안’과 배치되는 것.

탈시설운동에 앞장서온 ‘사회복지시설비리척결과 탈시설권리쟁취를위한 공동투쟁단(공투단)’은 복지부의 시설신축 계획을 두고 “(정부의) 거주시설 혁신방안과 전면 배치되고 장애인의 인권을 무시하고 민간사업자의 사유재산만 불린다”며 거세게 비난했다. 이 시설 신축에는 총17억여원의 국ㆍ시비가 투입될 예정이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사회복지시설비리문제는 우리사회의 장애인인권의식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 할 수 있다.

자립하려는 재가 혹은 탈시설 장애인들은 보통 기초생활보장수급자 자격(?)을 갖춰 공공임대아파트를 신청한다. 이마저도 물량부족으로 수년간 기다리기 일쑤고 시설거주기간을 무주택기간으로 인정하지 않는 현행법 상 탈시설 장애인은 시설을 나와도 당장 갈 곳이 없다.

자신의 삶을 결정할 권리를 뒷받침할 제도들
자립생활과 지역사회 정착을 연구해온 이들은 시설소규모화나 체험홈 등 정부가 제시하는 방안으로는 진정한 자립이 될 수 없다고 말한다.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사회적으로 지원돼야할 것으로 당사자들은 ▲24시간 활동보조서비스 제공 ▲탈시설 조기정착금 지원 ▲체험홈의 제도적 지원 ▲장애인주택개조사업 확대실시 등을 꼽는다.

1급 중증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활동보조서비스는 대상 및 시간제한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올 1월에는 장애인시설에서 10년이상 거주하다 시설에서 나온 탈시설 장애인 2명이 복지부를 상대로한 긴급구제 신청을 국가인권위원회에 냈다. 시설에서 나온 이들은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원하는 시간에 즉시 활동보조서비스를 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탈시설 중증장애인에게 활동보조서비스는 생존의 필수 도구다.

탈시설 장애인 조기정착금 제도화는 저소득층 대상 저금리 대출 등 현행 제도를 이용하기에는 대부분의 장애인이 해당 요건을 갖추기 어려운 이유로 요구되고 있으며 체험홈은 시군 구 등 하위 지자체에서 그것도 한시적으로 제공돼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장애인 주택개조사업 확대는 장애유형에 따라 필수적으로 이뤄지는 주택개조사업이 비용부담으로 이를 실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장애계는 주택개조사업을 시군구에서 지원하거나 신축되는 아파트 등에는 장애인, 노약자 등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한 유니버설 디자인을 적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 탈시설 연수를 마친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장애인인권발바닥행동, IFDD는 ‘탈시설 미국연수 보고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선택하고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장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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