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이하 한국장총)은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이 장애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주제로 UN CRPD의 배경과 중요성, 한국의 CRPD 실태 및 개선점, 장애계의 중요한 역할 등에 대한 내용의 장애인정책리포트(제400호)를 전 유엔장애인권리협약 김형식 전문위원의 집필로 특집 발간했다.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이하 ‘협약’) ‘UN CRPD: Convention on the Rights of Persons with Disabilities’는 근 5여 년 동안(2002~2005년) 정부와 장애인 NGO/DPO와의 협의 과정을 거쳐 2006년 12월 13일 유엔 총회에서 192개국 만장일치로 채택됐다.

국가보고서 제출 후 유엔장애인인권위원회에서는 권고 사항을 촉구, 이 최종 견해에 따라 한국 정부는 국가보고서를 다시 위원회에 제출해 이행상황을 보고해야 한다. UN의 최종 견해가 법적 구속력을 가지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 정부가 이행해야 할 시민단체의 활동 전략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장애인 인권 향상에 큰 의미가 있다.

협약이 한국 정부가 비준한 이래로 어느새 12년을 맞는다. 그러나 현실과는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던 12년이었다. 과연 한국은 ‘협약’ 이행의 의무를 얼마나 분명하게 인식했던 것일까 의아해진다.

따라서 우리는 “평등 인권 이념을 달성하기 위해 정부와 장애인단체와 시민사회는 어떻게 공조를 해 왔으며, 과연 이 협약 이행의 노력이 인간다운 존엄성을 누려야 하는 장애인 삶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가?” 진지하게 반문해야 한다.

오스트리아는 하루 만에 전 국민을 대상으로 유엔장애인인권위원회의 최종견해를 발표했지만 한국 정부의 공유 속도는 이와 대비됐으며, 이 최종견해를 계속 평가·모니터링의 틀로 적극 활용하지 않았다.

협약 제4조 3항 ‘입법·정책연구 개발 등에서 장애인 대표단체들을 통해, 장애인들과 밀접하게 협의, 활발하게 참여토록 해야 한다’고 돼있다. 그러나 국가를 대표하는 모니터링 위원으로 ‘협약’의 내용에 관심이 없던 소위 ‘고위층’ 인사가 위촉받게 돼선 안된다. 본 권리협약은 적극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효과적으로 이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장애인의 참여가 없이도 경제구조는 돌아간다’, ‘정치적으로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는다’, 등과 기타 복합적인 이유로 사회의 주류로부터 장애인은 배제되고 있다. 이에 모니터링과 밀접한 관계인 ‘참여’의 중요성은 무시되고 있다.

나아가, ‘권리협약’과 같은 새로운 법적제도가 도입되더라도 장애인들이 무력한 개인·집단으로 남아있는 한 큰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협약’이 채택되는 과정도 ‘정치적 장애인’, ‘장애인 엘리트’등 주도적인 장애인 운동 단체들이 주도했듯이, NGO/DPO 등의 정치적 참여가 실현되지 않는다면 장애인 참여의 허상은 계속될 것이다.

호주, 아일랜드, 유럽연합과 같이 한국은 차후의 협약이행을 위해 ‘국가 이행전략’을 조속히 수립해야 한다. 국가 이행전략에는 정부의 전 영역에 걸쳐 주류화된 장애 서비스와 프로그램을 아울러 지역사회의 서비스 인프라 등을 주도할 정책을 담아야한다. 심각한 문제는, 소수의 장애 전문가를 제외하면 각종 인권 협약이 국내외적으로 어떻게 이행되고 있는지는 잘 알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가보고서 준비 내용에서 당사국들은 항상 현실을 그대로 기술하기보다는 법과 정책을 나열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산적한 심사대상의 보고서 때문에 1차보고 이후 4년에 제출하는 2~3차 병합보고서의 심의는 3,4건에 불과했다. 최종 견해와 권고 사항을 국내 평가에 활용하는 것도 상당히 부실하다.

또한 권리 침해 구제를 요구하는 진정인을 위해 각 국제인권조약의 해당위원회가 심리를 거쳐 당사국에게 조치를 취하도록 요청하는 제도, ‘선택의정서’를 우리나라는 아직 비준하지 않았다. 장애인 단체들은 비준 촉구의 목소리를 오랫동안 내고 있지만 정부는 이를 유보 중이기만 하다.

미국, 영국 등의 선진국 법조계에서는 ‘협약’에 대한 집중적인 연구, 또는 국가별 이행에 대한 비교 연구의 움직임이 활기를 띠고 있다. 한국도 보다 신속히 ‘협약’의 이행을 장애인 운동권 차원에서만 접근할 것이 아니라 관련 학계가 관심을 갖도록 장애계가 나서서 연구 활동을 하도록 촉구해야 한다. 왜냐하면 ‘국제법’에 해당하는 ‘권리협약’의 내용을 해석·적용해야 되는 막중한 과제를 시사하고 있으며, 전문가의 양성과 전문 영역과의 연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전문적 모니터링을 위해 현장 장애전문가, 장애인 당사자를 훈련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지속적인 참여와 기여를 위해 장애 당사자들의 젊은 지도자 훈련강화에 더욱 관심을 가지고 필요한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협약이 하나의 선언문으로서가 아니라 그 본래의 원칙과 목적을 이행하는데 당면하는 한국에서 “법적 구속력을 가지고” 이행되야하고, “정부에 대한 압력, 자원의 확보, 법률 간의 상층 문제, 모니터링 구축 등 활동”이 효력을 내도록 국내외 장애 NGO/DPO와 시민사회, 한국의 법조계 등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이번 호에서는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의 이해 ▲‘협약’의 비준과 당사국의 국가적 의무 ▲CRPD 비준국가인 우리나라의 활동과 과제▲전 권리위원으로서의 제언: 연구역량 강화와 법률 전문가와의 연대의 주제로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의 이행 현황·문제점·대응방안을 다루고 있다.

장애인 정책리포트는 장애인 당사자가 겪는 불편한 사례와 이슈를 바탕으로 과제를 풀어나갈 수 있도록 구성해 1999년 3월 29일 창간을 시작으로 매월 1회 발간한다. 본 리포트는 한국장총 홈페이지(http://kodaf.or.kr)의 발간자료에서 열람이 가능하며, 정기구독은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02-783-0067)로 문의하면 된다.

박찬균  allopen@bokj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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