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연구공간 수유너머가 참여한 '2009 탈시설 워크샵'이 지난14일 노들장애인야간학교에서 열렸다.

지난 14일 오후 4시부터 서울 대학로에 위치한 노들장애인야간학교에서는 2009 탈시설 워크샵 ‘탈시설운동과 인문학의 첫 번째 만남-함께 함’이 열렸다.

탈시설 공투단, 탈시설 정책위 등은 이달 말게(24일)시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탈시설 오픈세미나’를 매월 여는 등 탈시설 운동의 다각화를 모색하고 있다.

노들 장애인야학 박경석 교장은 “탈시설 담론을 사회적으로 드러내고 인문학자들의 관점에서 사유하기 위한 목적으로 기획하게 됐다”고 취지를 밝혔다.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박숙경 상임활동가.

‘인간창고형’ 시설의 문제
발표를 맡은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박숙경 활동가는 우리나라의 장애인생활시설은 수용보호 형태에 따라 주로 ‘인간창고형’ 시설이라고 설명했다. ‘인간창고형’은 정신질환이나 노인들에게 적용되는 유형으로 창고 속에 가구를 보관하는 것과 같이 시설생활자를 무능력자로 취급하는 형태를 말한다.

정부가 지난 2002년부터 시설확충 계획으로 추진해온 ‘미신고시설 양성화정책’으로 집단생활을 하게하는 ‘인간창고형’ 시설신축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시설보호는 서비스 전달체계의 미비, 공급자중심의 서비스체계, 비전문성, 폐쇄ㆍ비민주적 운영에 따른 이용자 인권침해등 많은 비판을 받아왔다. 박 활동가는 인권의 관점에서 시설 보호가 갖는 가장 큰 문제는 ‘시설화’라고 말한다.

‘시설화’는 매일 노동하고 사람들과 접하고 여가를 즐기는 지역의 보편적인 생활과는 격리된 생활로 의식주 만을 제공받아 사회생활능력을 상실하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박 활동가는 이러한 시설화의 원인으로 규모의 대형화와 집단생활, 기관 종사자와의 위계적 관계, 거주인의 삶의 통제 등을 꼽았다.

이에 대해 그는 “시설화를 초래하는 가장 큰 문제는 지역사회로부터 분리된 물리적 환경이나 단지 규모를 축소하고 거주공간을 지역사회로 이전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민간의존형 구조 탈피, 공공의 책임 강화 필요
우리나라의 경우 대부분의 시설이 민간에 의해 설립됐으며 후에 사회복지법인화된 시설들은 정부 보조금과 후원금으로 운영됨에도 여전히 사회복지법인은 개인의 재산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

사회복지 법인을 사유재산으로 여기는 이런 풍토는 곧 비민주적 운영과 영리추구를 위한 비리발생, 이를 은폐키 위한 인권침해로 이어진다.

정부 또한 정책과 시설보호에 대한 현실적 대안으로 시설을 기능과 이미지를 재구성하고 유용성을 살리자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으며 민간시설에 대한 의존율이 높아 시설 개혁이 쉽지 않는 상황이라 이러한 정부정책은 더욱 힘을 얻고 있다.

박 활동가는 “중증장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시설보호가 필요한 사람으로 규정하고, 당사자의 관점은 전혀 고려치 않은 채 거주시설을 확충하는 것은 문제”라며 “당사자의 관점에서 시설보호주의를 넘어선 국가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박 활동가는 공공성을 강화한 정부 정책기조의 변화 필요성을 제기했다. 구체적으로 ▲거주인의 인권과 선택에 기반한 대규모 시설 해체 및 소규모화 ▲민영기관과 시장의존 탈피를 통한 공공의 책임 강화, 민간시설 확충 중단 ▲체계적 시설 개혁화를 위한 통합논의와 사회적 합의 필요 등을 제시했다.

연구공간 수유+너머 고병권 연구원.

사회가 만든 ‘형기없는 감옥’
“시설에 들어가면서 장애인은 ‘자립할 수 없는 존재’, ‘버림받은 존재’라는 낙인을 맘속에 찍게된다. 명목 상으로는 돌봄을 받기위해 들어가지만 그것은 곧 주변에서 돌봄을 포기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연구공간 수유＋너머의 고병권 연구원은 ‘탈시설, 그 함께-함을 사유하기 위하여’라는 발표문에서 시설을 이같이 평했다.

이어 고 연구원은 스스로 시설입소를 선택한 장애인조차도 가족의 이러한 ‘포기’에 의한 ‘타의 반’ 에 의한 결과라고 말한다. 이처럼 감당하지 못할 책임감으로 장애인을 유기하기도 하는 이유를 고 연구원은 사회, 특히 국가의 ‘방기’에서 찾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장애인 시설에 대한 국가정책이 자리잡기 시작한 것은 80년도에 들어서고 부터였다. 현재에도 장애인 복지예산의 경우 OECD 가입국 평균의 10분에 1에 불과하며 중증장애인의 취업률은 10%에 머문다. 이런 상황에서 장애인은 사실상 시설 입소를 강요받는다.

함께-함의 탈시설 운동
고 연구원은 탈시설 운동이 단지 지역사회로 재편되는 ‘정상성’을 향한 것이 돼서는 안된다고 제언했다. 고 연구원은 그 이유로 시설은 다양한 방향에서 삶을 고립시킴으로써 작동하는 체계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탈시설이 시설 안에 있는 사람이 시설 밖으로 빼내는 일 이상의 일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 연구원은 “장애인이 지역에서 편안한 가족생활을 누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다른 다양한 형태의 주거 실험이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또 “장애ㆍ비장애인 각각의 삶이 단순한 통합을 넘는 서로 연대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며 “이는 곧 우리가 함께할 수 있는 다양한 삶의 프로그램들을 구상하고 실행해야 함을 의미한다”고 말했
다.

 

이날 워크샵에서는 석암비대위 김동림씨의 시설 속 생활 수기와 탈시설한 노들장애인야학 배덕민 학생회장의 자립생활 수기 발표가 이어졌으며, 노들야학 학생들이 특별활동 시간을 이용해 만든 작품전시, 연극, 노래반의 공연이 펼쳐졌다.

 

 

 

장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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