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빌딩 국제회의장에서 20일 열린 제29회 장애인의 날 기념식에서 아시아 최초의 청각장애인 가톨릭 사제 박민서(남.40) 씨를 비롯한 장애인 5명이 올해의 장애인상을 수상했다.

또 지체장애 1급의 장애인 변호사로 40여 년간 장애인의 무료법률상담 및 법률구조사업 활동을 해온 한국장애인재단 이사장 송영욱(남.72세) 씨가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는 등 총 10명이 유공자 훈.포장 등을 받았다.

특히 기념식에서는 지난 2002년부터 장애인먼저실천운동본부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는 탤런트 정선경 씨가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개선의 공로로 인정받아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한편 올해 장애인의 날 슬로건인 ‘문턱은 낮게, 시선은 같게, 사랑은 높게!’는 공모를 통해 총 1201개 응모작 중에서 선정된 작품으로, ‘문턱은 이동불편, 시선은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 사랑은 함께 사는 모두를 위한 행복을 상징’한다.

이는 지난해부터 시행하고 있는 ‘장애물없는생활환경인증제’와 ‘장애인차별금지법’ 등이 우리사회에 안착되기를 바라는 장애인계의 목소리를 담고 있다.

2009 올해의 장애인상

아시아 최초 청각장애인 가톨릭 사제 박민서

2살 때 앓은 열병의 후유증으로 청력을 잃은 박민서(청각장애2급) 씨. 청각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두 번이나 학교로부터 입학을 거절당했지만, 당당하게 딛고 일어나 아시아 최초로 청각장애인 가톨릭 사제가 됐다. 

1985년 12월에 세례를 받은 후 1994년 미국 유학길에 올라 8년 동안의 가톨릭 사제 과정을 모두 이수했다. 그리고 마침내 2007년 천주교 서울 대교구 사제로 서품됐다. 장애인으로서는 아시아 최초의 가톨릭 사제가 된 것이다.

박 씨는 “첫 장애인 사제로서 책임감도 들고 어깨도 무겁지만, 사제의 길을 걷고자 하는 다른 장애인들도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좋은 역할모델이 되겠다”고 밝혔다.

와상생활하며 장애인 보금자리 만든 정상용

정상용(지체장애1급) 씨는 충남 공주시에서 장애인생활시설인 ‘소망의 집’을 운영한다.

손가락하나 움직일 수 없는 전신마비 장애인으로 와상 생활을 하면서도 지역 어린이들을 위한 독서회와 2007년 전국장애인생활시설 평가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소망공동체 등을 꾸려가고 있는 우리시대 진정한 거인이다.

언제나 그에게 큰 힘이 되어준 것은 22년을 함께 해온 바로 그의 아내. 소망독서회를 운영하며 3년 가까이 펜팔 친구로 지내다가 처가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했다. 결혼과 함께 아내는 5년 동안 친정에 발걸음을 할 수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결국 아내의 부모님과 다른 가족들 모두 정상용 씨를 인정하고 가족으로 받아주었다. 지금은 처남은 사회복지사로, 처남댁은 특수교사로 일하고 있고, 처제도 소망공동체를 돕고 있다.

시각장애인 1호 음악박사 이상재

우리나라 최초의 시각장애인 음악박사로 이미 잘 알려진 이상재 씨는 시각장애 1급이다.

중앙대학교 음악대학 관현악과를 수석졸업한 후 미국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취득한 1997년에 한국으로 돌아온 이상재 씨는 마침내 2007년 3월에 세계 유일의 시각장애인 오케스트라 ‘하트-하트체임버 오케스트라’를 창단하게 된다.

국내외에서 활발한 연주활동을 펼치고 있는 하트-하트체임버 오케스트라는 2008년 '통영국제음악제 프린지 페스티벌'에 참가, 해당부분 대상을 수상함으로써 시각장애인 음악가들의 능력과 가능성을 세상에 알렸다.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을 맡고 있는 이상재 씨는 오케스트라 활동과 함께 장애인 및 소년.소녀가장 등을 위한 자선 연주회를 꾸준히 개최해오고 있다. 지난 2008년부터는 나사렛대학교 전임강사로 재직 중이다.

장애인 최초 세계 7대륙 최고봉 완등 김홍빈

김홍빈 씨는 지체장애 2급으로 초등학교 시절부터 등하교를 위해 산봉우리 네 개를 넘어 다녔다는 타고난 산악인이다.

지난 19991년 북미 최고봉인 매킨리봉(6194m) 단독 등정 중 동상으로 양손 열손가락 모두를 절단해야하는 아픔을 겪게 된다.

자신의 열손가락 모두를 절단하게 했던 산. 하지만 그는 결코 좌절하지 않았다. 오히려 1997년 일본 다테야마(3105m)등반을 시작으로 1997년 유럽 엘브루즈(5642m), 1997년 아프리카 킬리만자로(5895m), 1998년 남미 아콩가구아(6959m) 등정에 이어 1998년에는 그의 양손을 앗아갔던 북미 매킨리 최고봉(6194m) 등정에 성공했다. 2007년도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8848m)등정에 이어 2009년 1월 2일 남극대륙 빈슨 매시프(4897m)등정에 성공, 7대륙 최고봉 완등에 마침표를 찍는다.

38년간 옷 수선가게 운영하며 장애인 도운 양영순

지체장애 양영순 씨는 가난과 장애, 무학이라는 악조건을 이겨내고 38년간 옷 수선가게를 운영하며 주변의 어려운 장애인을 돕고 있다.

24살 때 결혼해 13년간 세탁소를 운영하기도 했지만 남편의 채무보증으로 세탁소가 넘어가 지하상가에 옷 수선집을 차리고 실질적인 가장이 됐다. 1882년 그녀는 뜻을 함께 하는 사람들과 제주지체장애인협회를 설립하고, 장애인의 자립을 위해 목장갑 공장을 차리는 등 장애인 일자리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다.

98, 99년도, 2000년도에는 각 1명 씩 총 3명의 장애인을 자신이 운영하는 옷 수선가게에   고용해 기술을 가르쳤다. 그 중 한명은 독립하여 자신의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 두 남매의 어머니이기도 한 양영순 씨는 전국지체장애여성협회 활동을 비롯한 다양한 활동을 통해 여성장애인의 권익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김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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