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객원 논설위원

구직 전선에 뛰어드는 노인들이 늘어남에 따라 노인 근로자들에게 일자리를 연결시켜 주기 위한 실버취업박람회가 활기를 띠고 있다. 따라서 일자리를 구하려는 노인 구직자들은 실버취업박람회를 잘 활용하면 취업문을 열 수 있다는 희망으로 환호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10월 5일 대전을 필두로 부산, 대구 등 전국서 잇따라 열리고 있는 실버취업박람회에서 실버세대들의 취업 열기는 후끈ꡑ한 반면 실질적인 알선은 미지근ꡑ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대전 한밭종합운동장 다목적 체육관에서 열린 박람회에 1일 평균 3천여명의 50-60대 구직자들이 참여하였는데, 이들은 초조한 마음으로 구인 게시판을 살펴보고 열심히 쓴 이력서를 들고 행사장을 돌며 현장에서 면접을 받는 모습이 아름다워 보였다.

주최측에서는 자치구 공공부문 400여명과 일반 기업체 600여명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러나 부스당 1일 50-100장의 이력서가 접수됐지만 모집인원은 겨우 20여명 안팎에 불과했고, 일자리 대부분이 경비직, 청소직, 거리 환경정비 요원 등 단순 노무직에 머물고 있어 전문직이나 관리직 취업을 기대했던 이들은 불만의 목소리를 쏟아놓았다.
참여업체가 많아 기대를 했었는데 대부분 단순노무 직종이라 실망했어요. 번역이나 자료수집, 자료정리 등은 오히려 나이 많은 사람들이 더 잘 할 수 있을텐데…

정부가 복지차원에서 노인들을 돕는 것도 필요하지만 60세 이상 대졸자나 전문직 퇴직자들의 경력과 실무능력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노인취업 대책도 마련해 줘야 되는데 아직은 많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늙었지만 일하고 싶지요. 이렇게 노인들이 일자리를 구할 수 있도록 도와줘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요. 채용 연락이 오면 무조건 일하러 가야죠.

박람회 규모만 컸지 의욕을 갖고 진지하게 일할 수 있는 자리는 별로 없는 것 같네요.
한편 박람회 관계자는 고령자 시대에는 노인들도 일선에서 노동 인구로 활용해야 하는데 많은 기업체들이 나이든 분들 고용하기를 꺼리고 있기 때문에 노인 일자리 창출을 위한 홍보활동도 더 필요하고 이에 대한 전반적인 사회적 분위기도 조성해야 한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당연지사다. 노인의 눈높이에 맞는 일거리 창출을 위해서는 사회적 책임을 준수하려는 개인, 기업 그리고 정부의 노력이 맞물려야만 그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이미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빨리 늙어가고 있다. 늙어가는 대한민국이 되었다. 젊은 노인들은 일거리나 새로운 취업 기회를 얻고자 동분서주 방황하고 있다.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 능히 일할 수 있는 사람임에도 연령이 많다는 한 가지 이유로 빈둥빈둥 논다는 것은 사회적으로나 국가적으로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는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8.7%를 넘어서는 등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반면 정년시기는 갈수록 단축되어 퇴직 후 재구직에 나서는 60대가 크게 늘고 있다.

최근 4년 사이 노인 구직자는 17배 늘어난 반면 이들을 위한 채용정보는 전체의 1%를 간신히 채울 정도로 노인 구직자를 위한 일자리가 턱없이 부족한 실정에 있다. 게다가 실버취업박람회에서 직장을 구한 노인들도 한 달 이내에 70%가 그만둔다고 한다. 노인들의 취업성공률이 그만큼 낮다는 이야기다.

무엇보다도 노인의 능력과 적성에 맞는 노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중앙정부는 물론 지자체나 일자리 수행기관 중심으로 지역사회 특성에 맞는 일자리와 사회참여형, 시장참여형 등을 다양하게 고려한 일자리 발굴이 급선무이며 취업 후 새로운 일자리에 적응할 수 있는 사후관리 대책도 마련하여 단순히 행사성 박람회에 머물지 않도록 내실화를 기해 나가야 한다.

어쨌든 지방자치단체가 적극적으로 나서 공공참여형 일자리 사업중 노인에게 적합한 일자리를 개발해야할 뿐 아니라, 약간의 보상을 받고 일하는 반자원봉사 프로그램도 개발하여 보급해야 한다.
노인들 중에서 일할 의욕도 있고 일하지 않으면 당장 생계에 위협을 받는 노인들도 적지 않다. 그러므로 고령자들을 위한 고용정책의 개발은 그들에게 소득을 확보해 주고 건강을 증진시켜줄뿐 아니라 나아가 사회적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대안이다.

이제는 실망과 좌절을 극복할 수 있도록 이 시대를 이끌어 온 주역들인 그들에게 꿈을 심어 줄 수 있는 소망스런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일하는 노인이 많은 사회는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 건강한 사회다. 노인이 행복하면 가정이 행복하고 가정이 행복하면 사회와 국가가 행복해 질 수 있다.     

이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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