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가족부(복지부)가 지난 12일 발표한 ‘장기기증 활성화를 위한 제도개선방안’ 중 일부내용이 장애인의 자기결정권을 인정하지 않는 인권침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장기기증 절차완화를 골자로 하는 이번 개선안에서 문제시 되는 부분은 정신질환자 및 정신지체인의 뇌사 또는 사망 시 본인의 의사가 없을 경우, 유가족 동의에 의해 장기기증이 가능하다는 개선항목 때문.

현행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은 장애인의 경우 본인의사 없이는 가족의 동의만으로는 장기기증이 불가능하며, 비장애인의 경우 유가족 2인의 동의로 기증이 가능하다.

복지부는 이 항목의 개선이유로 장애인의 유가족들이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달리 규정하는 것이 차별이라고 시정요구를 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를 두고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장총련)는 13일 성명서를 통해 “장애인도 가족의 설명에 의해 자기의사표현을 할 수 있다. 이(방안)는 장애인의 자기 결정권을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너무나 심각한 인권침해”라고 지적했다.

이어 장총련은 “장애인으로 살았으니 그 가족이 사회에 좋은 일을 해야겠다는 식의 남용과 브로커들이 장애인의 예외사항을 악용해 장애인을 함부로 얼마든지 다룰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비판했다.

또 장총련은 개선안 마련 논의과정에 장애인계를 배제시킨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장총련은 “본인 의사도 묻지 않고 유가족에게 동의를 적극적으로 요청하는 것은 유기를 사회가 조장하는 범죄행위”라며 “장애인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장애인의 기증 문제는 오히려 더욱 엄격하고 절차를 복잡하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복지부는 이번 개선안은 최근 뇌사와 장기기증에 대한 완화된 사회분위기를 반영해 의학ㆍ종교계 등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사회적 합의기구인 장기등이식윤리위원회의 논의를 거쳐 확정했다고 밝혔다.

이외에 개선안은 ▲뇌사추정환자 신고제 도입 ▲뇌사판정위원회의 신속한 개최를 위한 위원회 구성인원 축소와 참여범위 단순화 ▲본인의 기증의사에 유가족 동의절차 폐지 ▲유가족의 동의로 인한 장기기증시 선순위자 2인 동의에서 1인 동의로 변경 ▲장기이식대기자의 동록 관리사항은 장기이식의료기관에서만 수행할 것 등을 담고 있다.

복지부는 이번 개선방안을 토대로 5월 내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마련해 9월 중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장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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