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끝났다. 이번 국감은 초선의원만 187명에 이르는 등 신선한 피가 대거 수혈돼 기대가 컸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폭로와 한건주의의 구태는 여전히 살아있었다. 애초 정쟁을 지양하고 정책국감을 지향한다고 했던 의원들도 언론의 반짝 관심을 유도하는 폭로성 질의를 양산했다. 시간에 쫓겨 피감기관의 답변은 듣지도 않은 채 자신의 질의내용만 일방적으로 퍼붓는 의원들도 속출했고, 피감기관도 검토하겠다 참고하겠다 조사하겠다 연구하겠다 지도하겠다는 등의 회피성 답변만을 늘어놓기에 바빴다. 국정감사가 수박 겉핥기에 그치는데는 부실한 감사방식과 전문성 결여에 그 원인이 있다. 20여일 동안 457개의 피감기관을 집중적으로 감사하는 현행 시스템으로는 실속있는 국감을 어렵게 하고 있다.
상임위별로 연중 국감을 실시하거나 국정조사를 펼치는 것이 실질적인 정책국감을 실현하는 방안이다. 또한 피감기관의 두루뭉실한 답변태도도 반드시 고쳐야 한다. 앞으로 적극 검토 따위의 무성의한 답변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국감 후 해당부처가 국회의 지적사항에 대한 이행보고서를 제출하지만 형식적인 경우가 많다. 각 부처의 국감지적 사안의 이행 여부 검증을 위해 국감 시작 전에 전년도의 지적사항에 대한 개선상황을 점검하는 절차도 필요하다. 매년 반복되는 중복질의는 국감의 지적사항이 이행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이다. 한번의 잠깐추궁과 짤막한 회피답변으로는 제대로 된 국정감사가 될 수 없다. 보건복지위도 부실국감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국민연금, 건강보험 등 매년 지적되는 내용을 가지고 재탕, 삼탕 우려내는 것이 복지위의 국감이다. 물론 이러한 사안이 국민의 실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으며, 관심 또한 높은 것이 사실이나 똑같은 문제가 매년 제기되는 것은 국감의 지적사항이 제대로 이행되고 있지 않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국감답변에서 시정과 검토를 앵무새처럼 반복할 뿐 국감이 끝나면 언제 그랬느냐는 식으로 일관하고 있다. 국감이 얼마나 형식적으로 흐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이다.
의원들도 전문성을 더 키워야 한다. 사회복지 관련분야 전문가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의원들 스스로 공부하는 자세를 길러야 한다. 의원들은 사회복지현장을 발로 뛰어다니며 민생을 챙겨야 한다. 생생한 현장에서 문제점을 찾아내고, 정책대안을 제시하는 적극성을 보여주는 것이 부족한 전문성을 보완하는 길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이번 국감에서 돋보인 비례여성대표의 활약은 높이 평가받을 만하다. 시민단체가 장향숙 안명옥 현애자 의원 등을 국감우수의원으로 선정한 것은 성실한 자세를 높이 샀기 때문이다. 특히 장 의원은 장애인당사자로서 전문적인 식견으로 피감기관의 잘잘못과 적절한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장애인직능대표의 역할을 다했다. 국정감사가 매년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가 아닌 실질적인 정책국감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이번에 우수 국감의원으로 선정된 비례대표 여성의원을 다른 의원들이 본받아야 한다.

이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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