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프로그램이 부부의 날을 기념해 지난 21일 방영한 ‘다시 만난 길 위의 휠체어 부부’편이 ‘학대’ 논란이 일고 있다.

이날 방송분은 지난 2003년 8월 6일 ‘평강공주와 바보 온달의 사랑’편에 아내의 재활을 위해 매일 6시간씩 휠체어를 밀고 다녔던 내용으로 출연한 김영애(지체장애 1급)씨, 남편 홍인식(지적장애 1급)씨 부부의 지고지순한 사랑이 6년여가 흐른 지금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확인해보며 한결같은 부부애를 보여주려는 의도에서 제작됐다.

그러나 제작 의도와는 달리 아내에 대한 남편의 사랑이 부각되기보다 장애를 도드라지게 드러내는 과정에서 아내에게 학대받는 듯 보이는 남편의 모습이 강조되며 시청자들의 공분을 샀다.

해당 프로그램 시청자 게시판에는 “휠체어를 미는 남편의 모습이 마치 노예 같다. 긴급출동 SOS에 취재를 요청해야 한다. 시청에 고발해야 한다”는 비난의 글이 수백 건 올라오고 있다.

특히 ‘부부와 사랑이란 이름으로 지적장애가 있는 남편을 노동착취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내용의 블로그 포스팅이 올라오는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아이디 moonsoon69는 “저항하지도 반항하지도 못하는 남편분은 판단능력이 전혀 없어요. 아내분의 꼭두각시 같다고 생각됩니다. 서로 믿고 사랑하기 보다는 자신의 편리를 위한 것 같아요”라고 비난했다.

gdh15는 “어떻게 저모습이 감동으로 받아 들일수가 있는 건가요. 그렇게 왕복 10시간을 뛰고도 집안일 시키는거 하며 정말 인간으로써 할 짓인가 싶더군요. 이건 긴급출동 SOS로 보내져야 합니다”라고 분개했다.

ngeun21은 “전 아들과 보다가 아들에게 가르쳤습니다. 아들아 이런 내용은 감동 받는 게 아니라 분노해야 하는거야! 라고요. 감동이라니 그건 아닌거 같네요 분노입니다”라고 비꼬았다.

chanhee37은 “진정한 부부라면 서로 아껴주어야 하는데 아내는 오로지 희희낙락 받기만 하는 존재로 비춰진다. 남편이 불쌍하기조차 합니다”라고 비판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장애우방송모니터단은 25일 논평을 내고 “이날 방송된 ‘휠체어 부부’편을 모니터한 결과 시청자들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면서 “그러나 제작진의 의도와 다른 잘못된 편집구성으로 문제가 발생한 것 같다”고 밝혔다.

논평은 “자세히 살펴보면 6년 전 처음 방송 당시의 모습과 현재 부부의 모습이 교차편집 돼 보여 지는데, 남편의 휠체어 미는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너무나 고통스러우며 힘들어 하는 것이 고스란히 시청자들에게까지 느껴지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6년 전에도 6시간의 거리를 휠체어를 밀며 아내의 재활을 위해 위험한 도로를 달렸지만, 6년이 지나 50세가 넘는 나이에도 사랑이란 이름으로 매일 같이 그런 생활을 반복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 사랑이라기보다는 학대로 느껴질 수 있는 상황임에도 제작진을 이를 간과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또 “이런 결과는 집에 돌아와 아내를 위해 가사 활동을 한 후 지쳐 잠들어 버린 모습이 연이어 보여주면서 다리를 주물러주고, 잠든 남편을 보고 있는 아내의 행동이 가식적인 느낌으로 다가오게 만들었다”고 전했다.

이런 편집은 시청자들에게 지체장애가 있는 아내가 지적장애가 있는 남편을 이용해 혹사시키는 듯 보이게 만들었으며, 이 때문에 ‘사랑’을 이야기하려던 꼭지가 ‘학대’에 눈살 찌푸리게 되는 방송으로 비쳐지게 됐다는 것.

모니터단은 “결국 극적인 모습만을 연출하려 했던 제작진의 의도는 과장된 편집으로 인해 출연에 응한 부부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겼으며, 불특정 다수의 시청자들에게 장애에 대한 잘못된 편견을 심는 크나큰 우를 저질렀다”고 해석했다.

모니터단 관계자는 “제작진들은 장애 관련 프로그램을 만들 때 관련 단체를 통해 모니터나 자문을 구하거나 관련 가이드북을 참고해야 하며, 장애 감수성을 기반으로 편집에 신중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김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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