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열린 의자캠페인 1년, 의자제공 실태진단과 개선방안 마련 위한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벌이고 있다.

의자 캠페인 1년 토론회

서서 일하는 여성노동자에게 제공되는 의자가 있으나마나 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윤근 녹색병원 노동환경연구소 연구원은 지난 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의자캠페인 1년, 의자제공 실태진단과 개선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에서 이같이 지적했다.

이 연구원은 5개 매장 42명의 노동자에게 조사를 벌인 결과, 앉고 싶을 때 언제든지 앉아서 근무하는 노동자는 전체의 16.7%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앉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의자가 불편해서(32%)라고 조사됐다.

그는 따라서 의자 제공 시 필수적으로 등받이와 발 받침대가 있고 좌면높이조절이 가능해야 하며 다리를 놓을 공간 확보를 위해 계산대의 구조도 바꿔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 연구원은 “사업주들의 ‘생색내기’식 의자가 아닌 노동자들의 건강과 편의를 위한 질 높은 의자가 제공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우정 서비스연맹 조직부장은 “이윤창출만을 앞세워 노동자들에게 부당한 근로환경을 제공해 온 사용자들은 의자 캠페인 이후에도 ‘어떻게 서비스업 노동자가 앉아서 손님을 맞을 수 있느냐’ ‘손님들이 싫어한다’는 등 손님을 핑계로 노동자들을 앉지 못하게 감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 부장은 몇몇 업주들은 “백화점도 안 하는데 왜 우리한테만 그러냐”며 억울해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사용주들은 노동자들의 건강과 편의를 배려하는 것이 곧 손님들에 대한 양질의 서비스 제공으로 이어져 매출증가를 가져온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사용자와 근로자가 서로를 존중하는 근로문화 만들기에 노동부 등 정부기관이 강력하게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장수경 전국여성연대 정책위원장은 “캠페인을 통해 만난 여성고객들은 주로 그동안 당연하게 누려왔던 서비스가 여성노동자들의 고통의 결과였다는 사실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그동안 어떻게 쉬었느냐”며 캠페인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밝혔다.

장 위원장은 “그러나 아직도 ‘앉아서 손님을 맞는 것이 건방져 보인다’고 생각하는 고객들이 앞으로는 ‘의자놓기’를 사업주에게 강력하게 요구하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지속적인 홍보활동을 펼쳐나갈 것”이라고 표명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노동부 근로자건강보호과 김정연 사무관은 “사업주들이 빠른 시간 안에 저렴한 단가로 의자를 제공하다 보니 노동자들의 건강권에 대한 충분한 배려가 부족했던 것 같다”면서 “의자놓기 사업에 있어서 이러한 사용자들의 애로사항도 고려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또 “노동부는 지난해 9월 ‘서서 일하는 근로자를 위한 건강 가이드’를 제작, 배포했으며 지난 4월부터 연구용역도 실시 중”이라면서 “앞으로 지속적인 홍보와 연구사업을 통해 앞으로 서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인체공학적, 공간과학적 근로환경을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 참석자의 “의자캠페인이 계산대 여성노동자만을 위한 것처럼 오해받는 경우가 생겼다”는 문제제기에 대해 모든 참석자들은 “노동자의 권리와 인권을 존중한다는 취지에 맞게 의자 캠페인이 유통업체의 계산대 뿐 아니라 매장 안쪽의 노동자와 다른 분야의 노동자들에게 확산돼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토론에 앞서 곽정숙 의원은 인사말을 통해 “지난 1년간 의자 캠페인을 통해 국민들의 공감대와 의식전환을 이끌었으며 나아가 이마트, 홈플러스 등에 의자가 제공되는 등 큰 성과를 이뤄냈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러나 의자가 제공된 현장을 둘러보니 의자 밑 다리 놓을 공간이 없거나 상사의 눈치가 보여 앉지 못하는 사례가 많아 이제는 어떤 의자를 놓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때”라고 밝혔다.

의자 캠페인은 민노당과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여성연대 등이 서서 일하는 여성노동자들에게 의자를 제공하자는 내용으로 지난해 7월부터 전국 규모로 벌인 캠페인이다.

캠페인 후 주요 백화점과 대형마트 매장 541곳 가운데 372곳이 의자를 놓은 것으로 조사됐다.

산업안전보건법에는 ‘사업주가 지속적으로 서서 일하는 노동자에게 의자를 제공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는 곽정숙 민주노동당 의원,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등의 주최로 김상희 민주당 의원, 강규혁 서비스연맹 위원장 등 40여명이 참석했다.

박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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