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참여정부 빈곤대책 및 예산의 평가와 과제'를 주제로 발제를 한 허선 순천향대 교수(사회복지학)는 "현재의 빈곤은 전반적인 분배구조의 악화와 함께 나타나고 있고, 분배구조 악화는 근로빈곤층의 양산, 노동시장 유연화에 따른 비정규직 노동자의 양산, 상대빈곤율의 증가 등 과거와는 다른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이에따라 현재 정부는 빈곤문제의 심각성을 나름대로 인식하고 긴급지원특별법 등 여러 가지 대책을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정부의 전반적인 문제의식은 근로빈곤문제(신빈곤)의 심각성에 지나치게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구빈곤 대책에 소홀한 듯 하다"고 지적했다.
허 교수는 "우리사회의 경우 기본적인 소득보장정책이 미비한 상태이므로 일을 통한 빈곤탈출 만큼이나 일을 할 수 없는 사람들과 일을 해도 가난할 수 밖에 없는 사람들에 대한 소득보장의 내실화에 더 주력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노력이 필수적임을 피력했다.
그는 또 복지 예산과 관련, "기획예산처는 공식적인 자료를 통해서는 복지예산의 증가를 말하고 있지만 세부적인 내용에 들어가서는 복지예산 증가를 억제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이는 기획예산처를 비롯한 경제부처들이 복지를 여전히 낭비라고 보는 구시대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꼬집었다.
이에 따라 허 교수는 "복지는 단순히 지출수준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며 "복지지출이 증가한다는 것은 돈을 많이 쓴다는 것이 아니라 돈을 많이 쓸 수 있는 공동체적인 사회구조가 만들어진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이찬진 변호사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개정방향'이라는 주제로 현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정안을 제시했다.
그는 소득보장제도로서의 기초법 3대 핵심요소로 △수급자를 선정하기 위한 자격요건으로서 부양의무자 기준과 최저생계비 △생활이 어려운 자가 실제로 법이 정한 자격요건에 부합하는가를 판단하기위한 절차 및 기준 △자격요건에 부합한다고 인정된 수급자에 대해 지급할 급여의 종류 및 수준과 방법 등을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기초법 시행이래 그간 법의 효과성 제고를 위한 여러 가지 노력이 경주되었으나 아직도 기초법은 빈곤심화 등의 사회현실에 적절히 대응치 못하고 있다"며 "이러한 문제는 기초법을 이루는 세가지 기본 요소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이 변호사는 △개별가구 개념의 설정, 부양의무자 범위의 축소 및 부양능력기준의 현실화 △역(逆)모기지 제도(재산담보부 수급의 특례)의 도입 △소득평가액과 기본재산액, 재산의 소득환산제의 합리적 설정 △최저생계비의 합리적 설정 △차상위계층에 대한 개별급여 시행 △주거급여의 현실화 △급여결정·탈락 및 변경·중지시 불복이 있을 경우 구제절차 규정 △자활지원계획 수립시 사회복지사업법의 규정을 고려토록 규정할 것 등의 내용을 포함한 기초법 개정 시안으로 내놓았다.
한편, 이 변호사에 따르면 현재 기초법을 중심으로 한 공공부조 제도 개편에 관한 방향은 2가지로 논의되고 있다. 기초보장사각지대의 최소화라는 방향과 조건부 수급자, 차상위 계층을 망라한 계층을 대상으로 탈빈곤을 목표로 한 자활지원제도의 개선이라는 두가지 측면이다.
이 가운데 후자의 경우는 사회적 일자리 창출을 중심으로 한 노동시장적 접근을 주로 하는 독립 입법의 움직임과 기초법상의 조건부 수급자에 대한 근로강제를 포함해 기타 비수급 빈곤층을 망라한 기초법 내의 자활제도 관련 조항들의 개정 형태의 입법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자활제도를 기초법에 독립시킬 것인가 아니면 현행 기초법 내에서 부분적인 수정을 할 것인가의 문제는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민주노동당 현애자 의원은 "최근 소득양극화 현상이 개선보다는 악화 일로를 달리고 있다"면서 "구조화·고착화되고 있는 소득양극화 현상은 사회전면적인 구조적 개혁 없이는 해결할 수 없다"며 공공부조의 전면적 개편을 주장했다.
그는 또 "정부는 긴급지원에 관한 특별법 등을 내놓고 있지만 기초생활보장제도가 강화되지 않는 이상 아무런 효과가 없을 것"이라며 △소득인정액의 현실화 △부양의무자 기준 전면 폐지 △최저생계비 기준의 현실화 △수급자의 직접적 참여내용 수록 등을 기초법 개정 내용으로 제안했다.
열린우리당 장향숙 의원은 "발제자들의 의견에 깊이 공감한다"며 "여당의원이라는 이유로 곤혹스럽고, 빈곤과 사회양극화 문제가 항상 나를 무겁게 만들고 고통스럽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장 의원은 장애인 빈곤문제와 관련, "장애인은 근로능력에 있어서 핸디캡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원천적으로 소득활동을 하기 어렵다"며 " 때문에 장애인은 만성적인 빈곤에 시달리게 되고, 나 또한 47년간 실업자였다가 국회의원이 되면서 처음으로 직업을 얻게됐지만 지금도 빈곤의 상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고백했다.
끝으로 장 의원은 빈곤문제와 장애인복지 문제에 대해 여야의원 모두가 동참해 함께 해결해 나갈 것을 부탁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자 및 토론자들은 기초법 개정안에 부양의무자 기준의 폐지와 최저생계비의 현실화가 내포되어야 한다는 합의점을 도출했다.
이경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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