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탈시설 중증장애인들이 오세훈 시장에게 탈시설 자립생활 대책을 호소하는 편지를 전달하려다 경찰과 충돌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지난 17일 혜화동에 위치한 오세훈 서울시장 공관 앞 길목에서 중증장애인 등 30여명이 오 시장에게 탈시설 자립생활 대책마련을 호소하는 편지를 전달하려다 경찰과 충돌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지난 4일 석암베네스다요양원을 퇴소한 장애인들을 비롯한 중증장애인 100여명과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은 이 날 혜화동 로터리에서 ‘탈시설 자립생활 권리 쟁취 100인 선언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 중 일부가 ‘자립생활을 원하는 중증장애인 100명이 오세훈 서울시장님께 드리는 편지’를 전달키 위해 오 시장 공관으로 이동, 입구를 막아선 혜화경찰서 경찰 70여명에게 항의하다 몸싸움이 벌어졌다.

또 경찰에게 “사진 찍지 말라”고 항의한 1명이 검거됐다.

경찰은 장애인들에게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위반”이라며 해산할 것을 요구했고 “시 관계자는 편지를 받을 의사가 없다”고 전했다.

이원교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는 “대표로 한 사람만 들어가서 편지만 전달하겠다는 데도 집시법 위반이냐”며 “모여 있다고 집시법 위반이면 유치원생 소풍도 위반”이라고 꼬집었다.

또 “죄없는 사람을 단지 항의했다는 이유로 검거하는 것은 도대체 어느 나라 법인지 모르겠다”고 반문했다.

아울러 “편지를 통한 민원 제기를 안 받겠다는 건 서울시가 시민의 권리를 묵살하는 행위”라며 “자기 입맛에 맞는 민원만 받는 행정기관이 과연 국민들을 위하는 곳이 맞는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장애인들은 이 편지를 통해 “이번 6월에 다시 만나 탈시설과 자립생활에 대한 대책을 세우자는 약속에 삶 전부를 걸고 시설을 나왔습니다. 시장님께서 대책을 세워주시지 않으면 저희는 노숙생활을 계속할 수밖에 없습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서울시를 장애인이 행복한 도시로 만들겠다고 밝히신 시장님의 의지가 꼭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누군가는 원하지 않는 시설생활을 수인처럼 하고 있으며 누군가는 늙으신 부모님 밑에서 가족의 짐으로 고통으로 살아가고 있는 현실을 기억해 주십시오. 바꿔 주십시오”라고 호소했다.

또 편지는 “자립생활을 원하는 장애인들에게 시급한 주거의 문제가 해결되고 시설에서 나오고자 하는 장애인에 대한 계획이 수립되고, 장애정도에 따라 필요한 사람에게는 필요한 만큼 활동보조서비스가 제공돼야 인간으로서 기본적으로 누려야 할 생존의 문제가 해결됩니다. 장애인이 진심으로 자립생활을 하기 위해서 시장님께서 이 문제를 빠르고 적극적으로 해결해 주시기를 바랍니다”라고 촉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편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서는 집이나 지역에서 자립하기를 원하지만 국가로부터 공공주거 및 필요한 활동보조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한 서울, 경기도 거주 장애인 100여명이 참가, 자립주택만들기 퍼포먼스와 100인 선언문 낭독 등을 실시했다.

박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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