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에서 8일 국민건강보험공단(공단)이 이른바 '사무장 병원'으로 의심받아 기소된 요양기관에 요양급여 비용 지급을 보류하는 게 정당한지를 둘러싸고 공단과 의료법인 간 공방이 벌어졌다.

공방은 이날 오후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A의료법인이 청구한 헌법소원 심판 및 대전고법이 제청한 위헌법률 심판 사건의 공개 변론에서 치열하게 전개됐다.

국민건강보험법 제47조의2 제1항은 의료기관 개설 자격이 없는 사람이 요양병원을 개설한 사실이 수사기관의 수사 결과에서 확인되면 해당 요양병원이 청구한 요양급여 비용 지급을 보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A의료법인 측은 수사기관의 수사 결과만으로 요양급여 비용의 지급을 보류할 수 있게 하는 것은 무죄 추정 원칙에 반하며 과잉금지 원칙을 위반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또 요양병원을 설립하면 강제로 요양급여 제도에 편입되는데, 검찰 기소만으로 요양급여 비용 지급이 보류되면 재정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게 돼 재산권과 직업수행의 자유, 평등권을 침해받게 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공단 측은 요양급여 비용 지급이 보류되더라도 법원에 집행정지 신청 등으로 구제받을 수 있는 데다, 요양기관의 의견제출 기회 부여 등 실체적·절차적 요건이 있다고 맞섰다.

무죄가 확정되면 보류된 요양급여에 이자까지 지급하는 만큼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사무장 병원은 요양급여 비용을 청구할 권리가 없으므로 지급 보류 조항으로 재산권이 침해될 여지는 처음부터 없다고도 했다.

검찰은 2017년 A료법인의 요양병원이 비의료인에 의해 설립돼 의료법을 위반했다며 법인 이사장 등 관계자들을 재판에 넘겼다. 그러자 공단은 국민건강보험법을 근거로 병원에 대한 요양급여 비용 지급을 보류했다. 이에 A의료법인은 지급 보류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과 함께 해당 법 조항이 헌법에 어긋난다며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1심은 A의료법인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해당 조항을 위헌으로 볼 상당한 이유가 있고 위헌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된다며 2019년 A의료법인의 헌법소원과 별도로 직권으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헌재는 이날 양측의 변론 내용을 참고해 위헌 여부를 판단할 계획이다.

박찬균  allopen@bokj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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