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아인협회는 헌법재판소가 선거방송 수화, 자막 방영을 임의사항으로 규정한 법률이 청각장애인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헌법소원을 기각한 데 대해 3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헌법재판소는 청각장애인의 참정권과 평등권 무시하는 기각결정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5월 28일 선거기간 중 후보자 방송광고의 수화.자막 방송을 의무규정이 아닌 임의규정으로 규정한 데 대해 청각장애인의 참정권과 평등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지난 2006년 청각장애인들이 낸 헌법소원을 기각한다고 밝혔다.

기각 사유로는 청각장애 투표자들은 방송 외에도 홍보유인물을 통해 정보를 접할 수 있고 방송사업자가 시설설비 및 기술의 부족으로 수화·자막방송을 실시할 수 없을 수도 있다는 점을 들었다.

또 의무사항으로 규정할 경우 선거운동의 자유와 방송사업자의 보도 편성의 자유를 제한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농아인협회는 “헌법재판소는 청각장애인도 참정권을 갖고 있다는 것을 망각한 것이냐”고 비판했다.

또 “선거후보자들의 방송토론회 등은 후보자의 정치적 성향 등을 비교할 수 있는 유익한 방송인데 ‘청각장애인은 홍보유인물이나 보라’는 것은 다양한 정보를 통해 보다 올바른 투표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차단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사회적 약자의 ‘알 권리’는 제한하면서 힘을 가진 방송사업자들의 편의만 봐주는 행태는 최고재판기관으로서 할 일이 아니다”고 밝혔다.

협회는 헌법재판소의 기각결정은 ‘방송물을 송출하는 방송사업자 등은 장애인이 동등하게 제작물을 이용할 수 있도록 자막, 수화 등 통신중계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의 내용과 충돌한다며 기각결정을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박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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