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과가난한이들의합동사회장공동장례위원회 관계자들이 17일 오후 서울 중구 파이낸스빌딩 앞에서 장애인과 가난한 이들의 합동 사회장을 열고 있다

17일 서울 중구 파이낸스빌딩 앞에는 최근 복지 사각지대에서 소리 없이 숨져간 취약계층의 넋을 위로하는 합동 분향소가 차려졌다. 분향소에는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이들의 죽음을 추모하기 위해 실루엣만 담은 영정 사진과 흰 국화꽃이 놓였다.

빈곤사회연대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동자동사랑방 등이 주축이 된 '장애인과 가난한 이들의 합동 사회장 장례위원회'(이하 장례위)는 이날부터 19일 오전까지 합동 분향소를 운영했다.

장례위는 노원구 월계동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된 50대 남성, 서대문구 옥탑방에서 주검으로 발견된 30대 희소 질환자 등 최근 몇 달간 장애와 가난으로 스러져간 이들의 사회장을 치렀다.

장례위는 "7∼8월 두 달간 언론에 보도된 것만 종합해도 서울 강서구·중랑구·도봉구·은평구와 경기 동두천시에서 연일 장애인과 가난한 이들의 죽음이 발생했다"며 "발견의 문제가 아니라 가난하거나 아프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안일한 복지제도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살아서는 짐 취급하다가 죽음만을 애도하는 사회라면 그 추모는 기만"이라며 "불평등의 보완이 아니라 불평등을 발생시키지 않는 사회로의 재편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기초생활보장제도 부양의무자기준 폐지, 장애인탈시설지원법 제정 등을 통한 복지확대와 사회서비스 공공성 강화를 요구했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 공동대표는 "우리는 송파구 세 모녀의 죽음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며 "슬퍼하는 것으로만 끝나는 게 아니라 더는 죽이지 말라고 외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례위는 사회장 종료 후 추모 메시지와 불평등 해결을 요구하는 서한을 청와대에 전달할 예정이다.

박찬균  allopen@bokj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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