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빈곤문제연구소 류정순 소장

지난 5월 29일 오전 7시 30분경, 철거업체직원, 법원 집달관 및 용산경찰서 소속 병력이 용산참사 현장에 들이닥쳐 명도소송을 강제 집행했다. 이 과정에서 진행 중이던 천주교 미사는 강제로 중단되었고, 미사를 집전하시던 한국빈곤문제연구소의 대표이자 천주교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장 이강서 신부가 폭행을 당했다.

그리고 6월21일 오전 9시경에도 경찰은 용산참사 현장의 단식기도장에 붙은 현수막과 피켓을 강제철거 했는데, 이를 말리던 이신부는 방패로 고착당하고, 팔이 꺾인 상태에서 상의가 다 찢어진 채 50 여 미터나 끌려갔다. 문정현신부도 목이 졸린 채로 끌려갔다.

장례를 치르기 전의 상가집 미사는 고인을 위한 제사나 마찬가지인데, 법집행이란 이유로 공권력이 제사를 중단시키고, 집안의 집기를 반출하고, 제사장인 신부를 폭행한 것이다.

이러한 처사는 과거 군사독재정권 하에서도 찾아보기 힘들었던 반인륜적이자 종교탄압이다.

사건 발생 5개월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용산사태 때 죽은 사람들의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대통령과 정부가 용산참사의 원초적인 원인이 사회적 약자의 생존권 보장의 훼손에 있었다는 점을 시인하고, 생존권보장 수준을 크게 향상시키는 법제도를 선하고, 유족들의 요구를 들어주어야만 해결이 가능하다는 점을 인식하지 못하는데 있다.

정부는 본질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진상을 규명하고, 유족에게 보상하기는커녕, 공권력의 바람 앞의 등불과 같은 사회적 약자를 벼랑 끝으로 몰아서 죽이고, 억울한 빈민을 대변하는 본연구소 대표 이신부를 비롯한 정의의 편에 서서 약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사람들을 폭행하는 사태를 잇달아 저지르고 있다.

다음 주에 재판이 개최된다. 검찰은 총 만 여 쪽 분량의 조사보고서 중 1/3에 달하는 3000 여 쪽의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하여 판사는 행사소송법 제266조 제4항에 의거 검찰이 모든 조사기록에 대한 피고 측 접근을 허용하도록 명령했으나 아직 제공하지 않고 있다.

1/3의 진실이 은폐된 가운데 열리는 재판은 도저히 공정한 재판이라고 할 수 없다. 정부가 3000쪽의 보고서를 피고인측 변호사에게 제공하지 않고도 재판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용산사태가 수습될 것이라고 판단한다면 민심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것이다.

정부는 구속된 철거민을 석방하고, 전철연, 범대위, 가톨릭 사제, 등의 가난한 사람들의 생존권 훼손문제를 제기하는 우리사회의 의인에 대한 탄압을 중단하는 것이 사태 종결의 방안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대통령과 정부는 참사로 숨진 고인의 명예회복과 유가족 및 참사 희생자의 정신적, 물질적 피해에 대한 배상과 보상을 해주지 않는 가운데, 탄압의 수위를 높이면 이 사안이 흐지부지 종결될 것이라는 안이한 생각을 버려야 할 것이다.

대통령과 정부가 이상의 요구에 대해 진지하게 검토하여 하루 속히 종결할 수 있는 대타협안을 참사 6개월이 되는 날인 7월20일 이전에 내놓지 않는다면 본연구소는 사회적 취약계층을 동원하여 대투쟁에 나설 것임을 밝힌다.

김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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