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환 제4대 국가인권위원장이 8일 이임식에서 현 정권의 인권정책에 대해서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안 위원장은 “인권의 길에는 종착역이 없다. 또한 ‘정권을 짧고 인권은 영원하다’는 만고불변의 진리를 우리는 잘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우리들 가슴 깊은 곳에 높은 이상의 불씨를 간직하면서 의연하게 걸어갑시다. 외롭지만 떳떳한 인권의 길을. 제각기 가슴에 품은 작은 칼을 벼리고 벼리면서, 창천을 향해 맘껏 검무를 펼칠 대명천지 그날을 기다리자”고 당부했다.  

또 “기회 있을 때마다 되풀이해 강조했듯이 저는 인권이란 이념적 좌도 우도 아니고, 정치적 진보도 보수도 아닌, 그야말로 모든 사람이 일용할 양식인 인류보편의 가치라는 믿음을 안고 살았다”면서 “그러나 이러한 저의 소신과 노력은 극단적인 분리와 대립이 항다반사가 돼버린 세태 아래 빛을 잃었다”고 비난했다.

그는 “이념적 지향이나 정치적 입장을 떠나 모든 사람이 사람답게 살고 존중받는 일상의 인권을 신장하기 위해 쏟은 노력은 정권교체기의 혼탁한 정치기류에 막혀 걸음을 내딛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국가인권위원회의 설치근거나 법적 업무와 권한에 대한 성의 있는 이해를 애써 외면하는 듯한 몰상식한 비판, 무시, 편견, 왜곡의 늪 속에서 갈무리할 수 없는 분노와 좌절을 겪은 사람이 저 혼자만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많은 나라의 시샘과 부러움을 사던 자랑스러운 나라였던 대한민국이 근래에 들어와서 모두가 손가락질하는 부끄러운 나라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 있다”며 “지난해 7월 고국을 방문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국제사회에 나가보니 내가 한국 사람인 것이 부끄러웠다’는 솔직한 고백이 곧바로 국제인권지도에 기록된 우리나라의 현주소가 아닐까 싶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아직도 우리의 인권의식은 과거에 자행되던 국민의 생명과 신체에 직접적인 위해와 같은 노골적인 인권유린의 악몽의 포로가 돼 진정한 선진사회를 향한 전향적인 발돋움을 위해 먼저 갖추어야 할 의식의 선진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며 “인권의 고귀한 가치는 정권의 교체나 연장에 따라 달라질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국가인권위원회의 수장으로서 느낀 소감은 적어도 인권에 관한 한 이 정부는 의제와 의지가 부족하고, 소통의 자세나 노력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해 1월 신정부의 정식 출범에 앞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인권위원회의 위상을 ‘바로잡기’ 위해 법적으로 독립기관인 위원회를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변경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해 국내인권옹호자들의 반발은 물론 국제사회의 엄중한 경고를 받아야 했다고 소회했다.

이어 지난 3월말에는 ‘효율적인 운영’이라는 미명 아래 적정한 절차 없이 유엔결의가 채택한 독립성의 원칙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기구의 축소를 감행함으로써 또다시 국제사회의 조롱거리가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안 위원장은 “국제적 기준에 따라 설립된 국가인권위원회의 소임은 한 사안에서 나라 전체의 균형을 잡는 데 있지 않다”며 “모든 국가기관을 대리해 약자의 호소에 귀를 기울이고, 이를 바탕으로 정부에 대해 고언을 제공하는 일, 그것이 국가인권위원회의 본질적인 임무”라고 말했다.

그는 “단 한 차례도 이명박 대통령에게 업무보고를 드리지 못하고 자리를 떠난 무능한 인권위원장으로 역사에 남게 된 것은 제 개인의 불운과 치욕으로 삭이겠다”며 “그러나 다시는 이러한 비상식적인 일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요청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대통령께서는 유엔총회가 결의를 통해 채택한 국가인권위원회의 설립과 운영의 원칙을 존중하고 국제사회의 우려에 경청하시기 바란다”며 “그동안 이룩한 찬란한 업적을 발전적으로 승계하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한편 안경환 인권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임기 4개월을 남기고 전격 사직서를 제출했다.

김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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