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물없는생활환경시민연대는 손숙미 의원(한나라당) 등이 발의한 ‘장애인.노인.임산부등의 편의증진보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을 임산부도 사용하게 함으로써 장애인의 이동권을 침해하는 개정안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손숙미 의원 등 11명은 지난 3일 임산부도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편의증진법 제17조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개정안에 따르면 모자보건법 제2조제1호의 임산부임을 증명하는 서류를 소지한 임산부는 장애인자동차 표지를 부착하지 않더라도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와관련 연대는 8일 성명서를 내고 임산부 역시 교통약자로 일상생활 및 활동에 제약이 있으므로 일시적 장애인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이 개정안은 현실을 무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연대는 “편의증진법이 발의안대로 개정된다면 장애인전용주차구역에 대한 단속이 불가능해지며, 이후 장애인표지를 부착한 차량들이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을 무단으로 주차하는 사태를 불러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대에 따르면 장애인전용주차구역에 대한 단속은 차량에 보행장애인(본인 운전 또는 장애인동행)의 표지가 부착된 차량 외의 차량을 불법주차로 단속하고 있다.

그런데 장애인표지를 부착하지 않은 차량도 임산부가 운전 또는 탑승한 차량이면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을 이용할 수 있게 됨으로써 장애인표지의 미부착만으로는 불법주차 여부를 판단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결국 불법 주차 여부를 가리기 위해서는 차량의 소유주가 나타날 때까지 기다려 임산부임을 증명하는 서류를 요구해야 하는데 이것은 현재의 주차단속 현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발의안대로 편의증진법이 개정될 경우 불법으로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을 이용하는 비장애인차량을 단속할 수 없게 되며, 수많은 비장애인차량이 장애인전용주차구역에 불법주차를 하도록 만드는 꼴이 된다.

성명서는 또 “현재도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의 부족으로 필요한 장애인들이 이용을 하지 못하고 있는데 여기에 임산부마저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을 이용하게 된다면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은 더욱 부족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모자보건법 제2조제1호에 의한 임산부는 ‘임신 중이거나 분만 후 6개월 미만의 여성’을 의미한다.

성명서는 “따라서 임산부의 범위는 매우 넓으며, 그만큼 그 수도 많다. 이처럼 임신 중이거나 출산 후 6개월 미만의 모든 임산부들이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을 이용하게 될 경우 장애인에게 돌아올 주차구역은 거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임산부의 장애인전용주차구역 이용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제도적으로 준비되지 않고 시행하는 정책이 장애인의 이동권을 침해할 것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성명서는 “편의증진법이 아니라 장애인복지법을 먼저 개정해 임산부, 환자, 부상을 당한 사람들을 일시적 장애인에 포함시키는 시키고,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의 의무 설치 비율을 현행 2~4%에서 4~6%로 확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인수 기자  

<저작권자 © 복지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