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노인, 정신 장애인 등 판단능력이 불충분한 이들의 법적 행위와 서비스 선택 등을 대변할 후견인을 지원하는 ‘성년후견인제’의 법제화에 대해 법무부가 민법 개정과 특별법 제정을 절충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지난 9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성년후견제 도입을 위한 민법개정의 방향성’을 주제로 한 토론회에서 구상엽 법무부 법무심의관실 검사는 “기본법인 민법을 성년후견제의 도입과 개념 등을 포함하도록 개정하고 구체적인 지원책 등은 특별법으로 제정하는 방향으로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법무부는 지난 2월 민법개정위원회를 발족, 오는 2012년까지는 개정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구 검사는 ”특별법을 따로 제정하고 민법을 개정하지 않으면 관련법령들이 그대로 남게 돼 특별법과 상충될 우려가 있고 반대로 민법만 개정하면 민법 안에 세부 내용을 다 담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또 “이용자의 정신능력에 따라 후견, 보좌, 보조 등 서비스를 세분화한 일본의 다원론과 각각의 행위에 대해 법원의 판결을 받는 독일의 일원론에 대해서도 이용자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절충ㆍ포함할 예정”이라며 “빠르면 올해 안 개정을 완료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법률 제ㆍ개정 기간이 중요한 것도 아니고 다른 나라의 모델을 따라서 만들 필요도 없다”면서 “그 제도를 이용할 국민들의 고충과 바람을 듣고 공감하며 제도를 통해 그것들을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와 따뜻한 마음으로 성년후견제법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주형 나사렛대학 인간재활학과 교수는 “금치산ㆍ한정치산제는 차별적이고 비인권적인 용어인 한편 사회활동이 불가능할 정도로 낙인을 찍는 제도이며, 인권 보호나 잔존능력 존중이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아울러 “국가에서 일방적으로 내려주는 ‘조치’로서의 복지서비스가 최근 노인장기요양보험 등 이용자의 계약에 따라 공급되는 서비스로 바뀌었다”면서 “계약능력이 없는 정신 장애인, 치매노인 등에게 후견인을 지원, 대변토록 하는 후견인제는 사회 복지 차원에서도 적극 필요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후견인제 도입 시 이용자의 잔존능력을 존중하고 인권을 보호하는 것이 기본이념이 돼야 하며 재산관리에 편중된 제도가 아닌 이용자의 건강, 생활, 복지 등 신상보호가 중점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복지적인 차원에서 가족이 아닌 전문가 또는 법인  등이 후견인이 되는 방안이 적극 추진돼야 한다”며 “이 때 발생하는 비용은 국가와 사회가 그 책임을 맡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권유상 장애인부모회 사무처장은 “특히 정신ㆍ발달 장애인 부모들은 사후 자녀가 형제들에게 버림받고 시설에서 사육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한다”면서 “남겨진 자녀를 안전하게 맡기기 위해 후견인제는 꼭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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