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부담 때문에 아버지의 산소호흡기를 떼는 것이 존엄한 죽음입니까.”

 “생명연장치료가 삶의 질을 보장할 수 없습니다.”

지난 8일 서울시립은평종합노인복지관이 개최한 ‘어르신 모의법정- 품위있는 죽음 안락사’에서 원고 측 변호인과 피고측 변호인이 첨예한 대립각을 세웠다.   

이번 재판은 3년 전 치매에 걸린 아버지가 지난해 겨울 목욕탕에서 미끄러져 뇌사상태에 빠지자 병 수발하던 오빠가 ‘존엄사’를 청구했고 여동생이 “아버지를 보낼 수 없다”고 맞서면서 치르게 됐다.

원고측 변호인은 “원고의 경제적 어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나 생명연장치료를 통해 건강하고 편안한 삶을 보장할 수 없다”며 “현대 의학의 한계를 인정하고 자연 상태의 생명을 존중하자는 것이지 치료가 가능한 데도 방치하자는 게 아니다”라고 변호했다.

이에 대해 피고측 변호인은 “인간의 생명을 누가 결정할 수 있느냐”면서 “기적과 같은 0.1%의 가능성이 있다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섣부른 존엄사는 ‘현대판’ 고려장이 될 우려가 있으며 생명경시풍조를 불러올 수 있다”면서 “산소 호흡기를 제거하는 건 자식 된 도리가 아니며 아버지가 살아계시는 것만으로 힘이 된다는 피고의 호소에 귀 기울여 달라”고 항변했다.

이에 대해 배심원 측은 15대 5로 원고 측 손을 들어줬다.

원고승소에 대해 한 배심원은 “잘 죽는 것도 오복 중 하나”라며 “양질의 삶을 살 수 없다면 그건 사는 게 아니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모의재판은 복지관 어르신들의 역할극을 통해 참여, 관람하는 어르신 모두 노인 관련 현안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고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마련됐다.

피고측 변호인을 맡은 이영욱(69)씨는 “존엄사에 찬성하는 입장인데도 존엄사를 반대하는 역할을 맡았다”며 “소신과 다르지만 대변해야 하는 변호사의 어려움도 체감할 수 있는 기회였다”고 참가 소감을 밝혔다.

또 “그냥 듣고 흘릴 수 있는 노인관련문제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덧붙였다. 

박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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