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임춘식 교수

 기원전 2세기 로마 시대의 극작가 테렌티우스가 ‘늙음은 그 자체로 병이다’라는 말을 했다. 나이가 들면서 크고 작은 신체적, 정신적 장애가 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일상적인 예로 치아가 약해진다든가, 눈이 침침해진다든가, 귀가 잘 안 들려 큰 소리로 이야기를 한다든가, 기억력이 감퇴하는 것 등 신체적 장애들이 나타난다.

이러한 노인들의 핸디캡은 사회 구성원들이 서로 나누어 가져야 한다.

우리가 장애인들에게 특별한 배려를 하는 것은 그들의 인권을 위함이며, 아울러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그들도 인간으로써 대하는 것은 당연한 태도인 것이다.

그렇듯이 ‘늙음’이라는 신체적 장애를 가진 노인들에 대한 배려도 그들의 인권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자녀들이 집안에서 노부모를 잘 모시는 것을 효도라는 관점에서만 볼 것이 아니라 인권의 관점에서도 볼 줄 알아야 한다.

이제 노부모에 대한 효도가 좀 더 보편적 차원을 획득하지 못한다면, 앞으로의 세대들에게 설득력을 얻기 어렵게 될 것이다.

그래서 이 시대를 살고 있는 노부모들이 자식들로부터 효도를 받는 마지막 세대이자, 또 한편으로는 노부모에게 효도하는 마지막 자식 세대가 될 것이라고 개탄하게 된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노부모를 정중히 잘 모시는 것은 자식의 도리이자 부모에 대한 보은이며, 오히려 효도가 아니라 인권존중이라고 할 수 있다.

요새 노인에 대한 배려는 어디 있는가?
자문자답 해 보자.

노인의 권리는 인권 주체로써 노인이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

최근에 국가인권위원회에서는 노년분야 향후 5년간 정부 정책의 기본 방향을 권고하기 위한 노인 인권 6대 중점 과제를 선정하고 있다.

이는 사회적 약자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충분히 보장받을 수 있는 사회, 더 나아가 사회적 약자에 대한 적극적인 우호 정책을 통하여 한국 사회가 평등과 아울러 균등 사회로 나아가는데 힘이 실렸으면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권리로써의 ‘노인권’을 주장하기에 앞서 한 인격체로써 개별적인 성인인 노인이 사회적 차별에서 보호받을 수 있는 권리, 즉 보편적인 차원에서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국민으로써 행복할 권리가 충실히 지켜져야 할 것이다.

또한 민법상 “노인의 부양부담은 직계존속이 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제 노인의 부양 부담을 법적으로 규정하는 부분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가족에게 부양 부담을 강제함으로써 노인이 가족으로부터 학대당하거나 배척당할 수 있는 가능성이 더 높기도 하다. 하지만 성년 이상의 사회 구성원은 부양의 책임을 스스로가 지며, 이것이 불가능할 경우에는 지역사회와 국가가 가족과 협력하여 개인의 삶에 개입하는 방향으로 재정비 되어야 한다.

우리 사회는 노인을 부양과 시혜의 대상으로만 간주하고 있으며, 부양의 책임도 가족에게만 전가하는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경제적 효용성과 경쟁력이 절대적 가치로써 경제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사회 질서를 좌우하고 있는 현실에서 노인은 그저 “어쩔 수 없이 떠맡아야 하는 가정이나 사회의 짐”이나 “발전이 멈춘 존재”로만 인식된다.

이에 따라 노인들이 다른 연령집단과 다름없이 누려야 할 보편적 인권이 위협받고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어쨌든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 새로운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노인문제, 먹고 살기 어려웠던 시절, 자식에게 모든 것을 바쳤던 이들이 늙어서는 자식들로부터 버림받거나 각종 질병으로 불행한 노년을 보내고 있다.

심지어 상당수의 노인들이 자식들로부터 학대를 받거나 버려지는 ‘신고려장’시대에 살고 있다.

이제부터라도 노인의 인권침해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서 가정이든, 시설이든, 노인들이 겪는 문제점이나 학대, 인권 침해의 사례를 발견하고 이후 고발조치 할 수 있는 법과 제도적 정치를 하루 빨리 마련해야 한다.

이 제도가 실질적인 구속력을 받기 위해서는 인권 침해에 대한 통보의 의무 규정의 마련, 통보 태만이나 인권 침해자에 대한 벌칙 인권 침해 사건의 조사 기구 등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하길 권고한다.

한남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임춘식 교수  bokj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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