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사회복지시설비리척결과탈시설권리쟁취를위한공동투쟁단 등은 ‘서울시 장애인 탈시설-자립생활 투쟁보고대회’를 갖고 장애인 전환서비스 지원센터 설치운영, 자립생활가정제도 우선 도입 등 서울시가 내놓은 자립생활대책이 노숙농성의 성과라고 발표했다. 

지난 6월4일부터 60여 일간 탈시설-자립생활 기조 아래 장애인들의 노숙농성을 선두지휘한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를 만나 시의 발표에 대한 입장과 앞으로의 계획을 들었다.

최근 탈시설 장애인들의 근황은

지난 4일 보고대회를 끝으로 한 사회복지법인이 제공한 자립주택으로 입주하게 됐다. 시와 복지부는 8명의 노숙농성 중인 탈시설 장애인들에게 어떠한 조치도 취해주지 않았는데 오히려 민간에서 도움을 받게 됐다.

서울시 발표 어떻게 받게 됐나

지난 달 초, 시 직영 2~3인 이하 장애인거주 자립주택 제공과 활동보조인 제공 관련 생활시간 보장을 요구하는 민원을 발송했고 지난 달 31일 ‘장애인전환서비스센터’설치와 ‘자립생활가정’시범사업 등 내용을 담은 답변을 받았다.

지난 달 9일 열린 장애인단체 간담회에서 자립주택문제는 보건복지부와 논의하라는 답변만 되풀이했던 오세훈 시장이 자립주택 20가구를 제공키로 방향을 바꾼 것은 상당히 고무적이며 환영할 일이다. 이 시범사업이 전국적으로 확대되길 희망한다.

또 장애인전환서비스센터는 수십년을 외진 시설에서 어떠한 복지정보도 권리안내도 받지 못했던 장애인들에게 자립생활의 창구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견해 차이가 있겠지만 나는 이번 시의 발표가 분명히 탈시설 투쟁의 성과라고 생각한다.

장애인단체 간담회에서 어떤 논의가 있었나

오세훈 시장은 서울시가 탈시설 관련해 동의, 준비하고 있는데 왜 집회를 하느냐는 문제제기를 했었다. 또 완전한 탈시설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장애인고용과 이동권 등 자립생활 인프라를 갖출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나 오시장의 이러한 발언은 그동안 시가 장애인들의 탈시설 자립생활을 위한 환경 조성에 얼마나 무관심하고 소극적이었는지 반증하는 것 밖에 안 된다.

시를 비롯한 정부기관은 장애인들이 20여년 이상 시설에서 생활할 때 도대체 무엇을 했나. 장애인콜택시와 지하철 내 엘리베이터 설치 등을 위한 장애인단체들의 투쟁이 있고 나서야 억지춘향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등 무책임하고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가. 

장애인들의 어려운 현실을 개선하려는 문제의식과 적극적 의지 없이 마냥 기다리라고 하는 것은 장애인들을 이중으로 고통스럽게 하는 ‘희망고문’일 뿐이다.

또 장애인 고용률 몇%, 장애인콜택시 몇 대가 돼야 장애인들이 시설에서 나올 수 있나. 비장애인의 경우처럼 완벽한 환경을 갖추려면 수백 년은 더 시설에서 지내야 할 상황이다.

보건사회연구원 조사 결과 70%의 장애인들이 탈시설을 원하고 있다. 그들의 소망을 귀 기울여 듣고 선택을 존중하고 돕길 바란다.  

서울시가 활동보조인 제공을 유보했다는데 이에 대한 입장은

탈시설 장애인들이 서울시 추가분 활동보조인을 신청하자 시는 각 구에 "불법 집단농성 참여자가 활동보조서비스를 지원받는 사례가 없도록 철저를 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 사실상 활동보조인 지원을 차단했다.

시민들이 시정에 대해 반대, 항의할 수 있는 문제인데 중증장애인들에게 생명과 같은 활동보조인 제공을 하지 않겠다는 처사는 전근대적인 관료주의일 뿐이다. 마치 집회에 대해 보복하는 듯한 시의 태도는 유치하기 이를 데 없고 실망스럽다.

이에 대해 변호사 자문을 통한 행정소송 등 법적인 차원의 대응을 준비 중이다.

시설장애인들 왜 자립생활 주장하나

그 질문은 비장애인들에게 ‘감옥에 살래 지역사회에서 살래’ 하고 묻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규모가 큰 곳은 300명 이상이 수용돼 있고, 그 속에서 5~6명이 한 방에서 지내야 한다. 취침시간, 식사시간을 반드시 지켜야 하고 외출도 제한돼 있다. 뿐 만 아니라 시설장들은 장애인들의 장애수당 등을 가로채고 규칙 안 지킨다고, 항의한다고 때리고 감금하기도 한다. 장애인생활시설은 감옥 또는 동물사육장 같은 곳이다.

당신이라면 이런 곳에서 20여년을 살 수 있는가. 내 가족이, 내 자식이 이런 곳에서 살기를 바라는가.

우리가 투쟁하는 건 가진 것을 유지하기 위해, 더 갖기 위해 엄살과 억지를 부리는 게 아니다. 그저 사람답게 살고 싶은 그 소망을 이루기 위해 스스로 싸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앞으로 탈시설 관련 활동 계획은

우선 시의 약속이행을 지켜보면서 자립주택 확대를 요구하는 방향으로 활동할 예정이다. 아울러 노동권과 이동권 등 인프라마련을 위한 투쟁도 함께 해 나갈 것이다.

박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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