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장병원 근절 방안 마련을 위한 법률개정 공청회[사진=최도자 전 국회의원 홈페이지 캡처]

엄격한 법의 심판에도 아랑곳없이 사무장병원이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다. 사무장병원은 의료법상 의료기관을 개설할 자격이 없는 사람이 의료인 등을 고용해 의료인이나 비영리법인 명의로 개설, 운영하는 불법 기관을 말한다.

사무장병원이 진료비를 허위 부당 청구해 건강보험공단에서 빼내 간 금액이 최근 11년간(2010년∼2021년 6월) 3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건보공단의 '사무장병원 연도별 요양급여 환수 결정 및 징수 현황'을 보면 불법 사무장병원에 대한 환수 결정금액(기관수)이 2010년 80억8000만원(43개)에서 매년 꾸준히 증가해 올들어서만 6월까지 1276억3100만원(22개)을 기록했다. 11년간 누적금액이 2조9945억3200만원(1453개)에 달했다.

사무장병원은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는 사람이 의료인을 앞세워 불법 개설한 요양기관으로 그 자체가 불법이기에 건보공단에 진료비를 청구할 수 없다. 그럼에도 진료비를 청구해 받아내다 적발되면 건보공단은 환수에 나서지만 실제로는 거의 환수하지 못하고 있다.

사무장병원이 빼내 간 요양급여액 중에서 최근 11년간 실제 환수한 금액은 1609억3700만원으로 환수율은 5.38%에 불과했다. 94.62%에 이르는 2조8335억5900만원은 환수하지 못했다.

사무장병원의 폐해는 건보재정을 갉아먹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국민건강과 생명마저 위협하고 있다. 2018년 1월 화재로 155명의 사상자가 난 경남 밀양 세종병원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세종병원은 돈이 되는 일이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병상 수를 확대하면서 의료인은 최소한만 고용하고, 환자 관리와 안전사고예방은 등한시해 큰 인명피해를 낳았다.

일부 사무장병원은 영리 추구에 몰두해 항생제ㆍ수면제 과다 처방, 일회용품 재사용, 신체 결박, 과밀병상 운영 등 질 낮은 의료서비스와 각종 위법행위로 제대로 환자를 관리하지 못한다.

건보공단도 불법개설 의료기관 근절 종합대책을 마련해 지속적인 단속을 벌이고 있지만 역부족인 상황이다. 특히 사무장병원으로 의심돼 행정조사에 들어가더라도 수사권이 없어 자금흐름과 계좌를 추적할 수 없는 데다, 공범으로 추정되는 법인 임원과 전직 직원 등 직·간접 관련자를 직접 조사할 수 없어 혐의 입증에 한계를 보인다.

일선 경찰에 사무장병원에 대한 수사를 의뢰하더라도 보건의료 전문 수사 인력이 부족한 데다 다른 주요 사건에 밀려 수사가 평균 11개월 넘게 장기화하기 일쑤다. 이 때문에 이미 지급한 진료비를 환수하지 못해 재정 누수가 가중되는 것이다.

사무장병원 조사과정에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풍부한 현장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한 건보공단 임직원에게 특별사법경찰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입법화하려는 움직임이 있었으나 번번이 국회 문턱에 걸려 여태껏 별다른 성과를 못 내고 있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사무장병원 등의 단속에 필요한 인적·물적 자원을 보유한 건보공단이 특별사법경찰 권한을 확보하면, 신속한 수사 착수·종결로 연간 약 2천억원의 재정 누수를 차단할 수 있다"면서 "이렇게 확보한 재정으로 수가를 인상하고 보험급여를 확대하는 등 의료계 수익증대와 국민건강에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찬균  allopen@bokj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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