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특히 정신지체장애인일수록 인권침해가 장기적으로 지속된다. 지역 내에서 보호자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선행으로 포장돼 나타나고 제보자가 있기 전까지는 인권침해 실상이 드러나지 않는다.
또한 인권침해 실태조차 당사자의 얘기보다는 주변인에 의해 파악된 정보가 전부인 경우가 더 많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권국은 지난 17일 정신지체장애인의 인권침해 상담결과를 발표하는 자리를 마련하고 이에 대한 대처방안을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권익문제연구소 김희선 씨는 "시설 장애인이 고발할 경우 당장 그날 밤부터 생활할 수 있는 곳이 없어져 선택과 자기결정을 존중할 수 있는 최소한의 여건도 주어지지 않고 있다"며 "정신지체가 있으면 신체적, 정신적 학대를 당할 수도 있다는 인식도 문제"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심각한 인권침해에 대해 가중처벌과 정신적 피해에 대한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며 "동사무소 등의 직무유기에 대해서도 엄중한 책임을 져야한다"고 주장했다.

연구소는 정신지체인의 인권침해 대응책으로 △실태파악이 이뤄지도록 할 것 △학대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기구를 마련할 것 △성년후견제를 도입할 것 △정신지체장애를 이용한 범죄의 경우 가중처벌을 가할 것 △정신지체장애인에 대한 행정체계의 지원 또는 보호가 이뤄지도록 할 것 △중간시설의 단계로 쉼터를 설치할 것 △사회적 인식전환을 도모할 것 등을 제시했다.

김씨는 또 "그동안 정신지체장애인의 학대사건은 개별 사건으로만 치부돼왔다"며 "이를 심각한 사회문제로 인식하고 심층적인 실태파악부터 이뤄져야한다"고 강조했다.

나눔의 집 장애인센터 '함께 사는 세상' 유찬호 씨는 장기적인 성폭력의 피해자였던 여성장애인이 가해자가 된 사례, 성폭력을 통해 성에 대해 눈을 뜬 이후 정기적인 가출로 이어지고 있는 사례, 특정 상대로부터 장기간 성폭력을 당하면서 출살 경험이 있는 사례, 성폭력 경험이 있는 여성과 성관계 이후 이성에 강한 집착으로 인해 문제 행동이 빈번해지고 있는 사례 등을 소개했다.

그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성교육을 실시해보려했지만 여성피해자의 경우 성욕구가 일었을 때 해소방안의 어려움, 성교육에 대한 교사들의 전문지식 부족, 성교육 지침서 및 교재의 부족 등으로 한계가 있었다"며 "성교육에 필요한 교재 개발과 성폭력 가해자들에 대한 강력한 처벌 규정 등 법과 제도정비가 조속히 마련돼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신현호 법률위원은 "현재 법원은 정신지체장애인이 가장 쉽게 노출된 성폭력에 관한 범죄에서 피해자가 항거불능 상태에 이르지 아니하였기 때문에 가해자에게 무죄를 선고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그는 또 "구금시설에 감금돼 있는 장애인이 구조요청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경찰의 미온적인 대처와 방치로 종결되는 경우 직무유기로 엄중하게 처벌해야 한다"며 "정신지체장애인이 성년에 이르러도 한정치산이나 금치산제도를 이용하지 않고 후견인을 두어 노인이나 정신지체장애인이 자신의 민사거래를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제도로 성년후견제를 도입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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