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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부당해고 판결 후 일터로 돌아간 어느 신장장애인 노동자의 복직을 환영하며
조시훈 기자 | 승인 2021.12.02 14:05

“장애인이니까 나가세요”. 이 한 마디로 일터에서 해고되었던 어느 신장 장애인 노동자가 오늘 일터로 돌아간다. 2019년 3월 6일, 부당해고 1002일 만이다. 우리는 ‘장애를 이유로 한 해고는 부당’하다는 당연한 결론을 위해 3년 가까이 싸워온 당사자에게 깊은 감사를 표하며, 그가 다시 일터로 돌아가게 된 것을 진심으로 환영한다.

당사자는 ㈜코리아와이드포항 소속 시내버스 운전기사로 일하는 노동자였다. 그가 일한 회사는 상시 근로자 480여명, 시내버스200여대를 운행하고 있는 대규모 운수업체로 장애인 의무고용대상 기업이기도 하다. 포항시 버스의 대부분 노선을 이곳에서 운행하고, 장애인 등 교통약자 모두가 탑승 가능한 저상버스 역시 이곳에서 운행한다. 그러나 사측은 당사자가 입사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돌연 ‘채용취소’를 통보했다. 그가 만성신부전과 혈액투석을 하는 ‘신장 장애인’이라는 이유에서였다.

이는 명백한 장애인차별이자 부당해고였다. 당사자는 ㈜코리아와이드 포항에서 근무하기 전에도 오랜 시간 관광버스 기사로 일해 왔고, 사전에 고지되는 배차계획에 따라 얼마든지 정기적인 혈액투석을 받으며 일할 수 있었다. 그러나 사측은 ‘만성신부전과 정기적인 혈액투석은 시내버스 기사 업무에 부적합하다’며 당사자의 장애를 정당한 해고 사유로 삼았다. 심지어 ‘신장 장애를 알았다면 채용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차별적인 태도를 서슴없이 드러냈다.

당사자는 이 부당한 차별에 맞서기로 결심했다. 그는 경북지방노동위원회를 찾아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제기했으나 기각되었고, 중앙노동위원회에 다시 재심을 신청했으나 이 역시 기각되었다. 초심 지노위와 중앙노동위 모두 ‘신장장애를 가진 당사자의 채용거부는 합당하다’는 차별적 판단을 내린 것이다. 노동자의 권리구제에 앞장서야 할 행정기관인 경북지방노동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 그 어느 곳도 이 문제를 ‘차별’로 인식하지 않았다. 오히려 장애를 이유로 한 해고가 정당하다고 판단하며 사업주의 장애인차별행위를 용인했다. 심지어 지노위와 중노위는 ‘혈액 투석하는 중증의 신장장애인이 대중교통을 운행할 경우,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잠재적 위험이 될 수 있다’며, 전혀 사실과 무관한 차별적 주장을 펼치고 편견에 앞장서는 태도를 보여 왔다.

결국 당사자는 지난 2020년 1월 6일, 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경북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의 결정이 명백한 ‘장애인차별’임을 고발하며,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를 요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사측은 반성은 고사하고 신장 장애에 대한 편견과 차별적인 발언을 일삼으며 2차 가해를 지속해왔다. 소송이 얼마나 더 길어질지, 사측에서 또 어떤 편견으로 당사자의 장애를 ‘낙인’찍고 괴롭힐지 알 수 없었지만, 그는 여기서 물러설 수 없었다. 부당해고가 용인된다면, 또 다른 누군가가 자신과 같은 피해를 당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그는 기나긴 소송을 시작했다.

그 결과, 당사자는 지난 1월 14일 1심 승소에 이어 2심에서도 승소하며 ‘신장장애를 이유로 한 해고는 부당하다’는 당연한 결론을 확인했다. 서울고등법원 제10행정부(재판장 이원형)는 지난 11월 15일, 당사자가 제기한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과 관련하여 피고 중앙노동위원회와 보조참가인 ㈜코리아와이드포항의 항소를 기각하고 ‘중앙노동위의 해고가 합당하다는 판결은 잘못됐다’는 것을 재차 확인해주었다. 이후 중노위가 상고를 포기하면서, 당사자는 ‘신장장애를 이유로 한 부당해고’를 인정받고 오늘 일터로 복귀하게 되었다.

우리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당한 해고 사유로 버젓이 ‘장애’를 문제 삼고, 무능하다고 낙인찍는 기업들의 노골적인 장애인차별을 확인했다. 또한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제정된 지 13년이 흐른 지금도 ’장애를 이유로 한 채용 거절은 명백한 차별’이라는 당연한 결론을 위해 지난한 소송과 법정 다툼을 이어가야만 하는 현실 역시 마주했다. 우리는 이번 판결이 가시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내부 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편견에 대해 사회적 경종을 울리는 선례로 남길 바란다. 더이상 기업들이 장애인 고용과 편의 제공의 책임을 외면하고, 장애를 이유로 해고와 부당한 처우가 용인되는 악습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란다.  

이번 판결은 어떠한 이유로도 혈액투석이 해고의 사유가 될 수 없다는 사회적 메시지를 분명히 남겼다. 이 결론은 부당한 현실과의 싸움을 포기하지 않은 당사자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장애’를 문제 삼고, 무능하다고 낙인찍는 것이 가장 값싸고 손쉬운 결정이라고 판단하는 사업주의 태도와, 이를 바로잡기는커녕 편견과 차별에 편승해 사업주의 손을 들어주었던 지노위, 중노위의 무지 속에 당사자는 3년 가까운 시간을 싸우며 버텨왔다. 그가 포기하지 않고 끝내 일터로 돌아갈 수 있음에 다시 한번 뜨거운 축하를 전하며, 그의 복직이 장애를 가진 모든 노동자들이 일터에서 안전하고 존엄하게 함께 일할 수 있는 변화의 한 걸음으로 기록되길 바란다.


2021. 12. 01.
경북노동인권센터, 경산장애인자립생활센터,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장애인노동조합지부, 사)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조시훈 기자  bokji@bokj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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