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머리 함께 쓰는 힘 있는 정책 대안자로서 위상 구축
장애학연구소 설립, 운동가와 정책가 500명 양성사업 추진

지난 달 26일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상임대표 취임식에서 가장 좋아하는 시 담쟁이를 통해 장애인운동의 끊임없는 의지를 전했던 채종걸 장총련 신임 상임대표.

채 대표는 한국장애인연맹(한국DPI), 한국지체장애인협회 등 장애인 단체 활동을 오랫 동안 펼쳐오며 직·간접으로 장애인의 참여와 인권향상을 도모했으며 단체 간의 화합과 연대에 이바지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취임 후, 회원 단체 등 방문, 의견 청취와 아울러 사업 현황 및 업무 파악, 비전과 슬로건 수립 등으로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는 채 대표와의 인터뷰를 통해 장총련의 비전과 장애인운동의 나아갈 방향 등을 들었다.

취임 소감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상임대표를 맡고 보니 더욱 책임감이 느껴진다. 또한 내 개인적 의견이 장애인계 전체의 의견처럼 비춰질 수도 있어 매우 조심스럽다.

상임대표 자리가 회원 단체들과 많은 활동가들이 마음껏 활동하도록 지지하고 격려하고 소통하는 역할이며, 모두가 함께 하기 때문에 신명나게 일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또한 단체장으로서 나를 낮추어야 주위의 장애인들과 소통하고 운동을 이끌어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단합된 그 힘으로 우리의 목소리를 내는데 더 노력하겠다.

장총련의 위상과 업적, 부족한 점에 대한 평가

우선 장애인 당사자 단체의 소통과 연대가 가장 큰 위상이고 업적이라 생각한다.
96년도 당사자 단체가 결성되고 다시 정치권의 입김에 의하여 전문가 단체와 혼합되면서 장애인복지법상의 장애인단체도 장애인복지단체로 명칭이 바뀌었다.

당사자가 대리인이 아니고 주체가 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고, 국제장애인권리협약에도 매우 강조되는 것이다. 그 전통을 이어받아 다시 2002년도에 재결성된 장총련은 그 동안 정책개발에 주력하였으며, 장차법 제정 활동 및 장애인 당사자 인재들을 육성하는데 힘써 각 단체들의 역량 강화에 큰 보탬이 됐다.

아직 ‘장애학’이라는 당사자적, 사회 환경학적, 장애인 정책을 마련하는 틀을 체계화시키지 못한 점이나 차별을 감시하는 모니터링을 구체화하지 못한 점, 소통과 연대가 불안정적인 점 등이 아직 더 노력해야 할 부분이다.

당사자주의 실현을 취임기조로 내세웠는데

장애인들은 그 동안 시혜와 동정의 대상으로 사회적 억압구조와 차별 속에서 살아왔다.
당사자주의란 장애인이 복지의 소비자로서의 의미를 넘어 자립과 자기결정에 의한 주권자가 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장애인에 관한 결정에 있어 자기결정권을 인정하고, 결정구조에서 과반수이상이 장애인 당사자로 구성돼야 한다. 정책의 시작단계부터 당사자가 참여하고 당사자의 목소리로 생산적 완전한 참여가 이뤄져야 한다.

당사자의 참여가 배제된 장애인 복지는 대상으로만 인식된다. 당사자를 제외한 장애에 대한 논의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당사자가 아닌 단체들이 “장애인은 이것을 원한다”는 식으로 대변하는 전문가적 논의와 발상은 아주 위험하다.

생물학적 당사자가 아니라 ‘당사자주의’로 재무장한 당사자가 진정한 당사자주의자다.

‘대상에서 주체로, 소외에서 참여로, 시혜에서 권리’ 슬로건에 대해 설명해 달라

영어에서 Me는 대상이고 I는 주체다. 장애인이 탈시설을 주장하고, 자립 등 IL을 주창하고 정책의 대상이 아니라 자기결정에 의한 운영자라는 것이다.

소외에서 참여는 접근권과 차별금지를 말하는 것이기도 하고, 재활이 아니라 가활이라는 것이고, 복지가 아니라 권리라는 것이다.

의학적 환자가 아니라 사회적 한 시민으로서 동등한 권리를 획득하는 것을 의미한다. 모든 분야에서 소외돼서는 안 된다.

장애인을 동정의 대상으로 인식하고 복지를 한다고 하는데 이것은 시혜일 뿐이다. 장애인은 단호히 그것을 거부하고 권리로서 행복추구와 가치창조를 해 나가겠다는 슬로건이다.

앞으로 사업계획은

현재 장애인 수가 250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현재 장애인 네트워크가 잘 된 언론사나 기관도 그 네트워크가 몇 천을 넘기 어렵다. 장총련 회원 단체들의 회원만 해도 수십만인데 네트워크를 만들어 소통하고 연대하는 대형 네트워크를 만들고자 한다.

특히 장애학연구소를 설립, 외국처럼 대학에서 학문적으로 자리 잡도록 하며 운동가와 정책가 500명 양성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또한 장애인차별감시단을 체계화해 홍보와 교육, 법률지원 등을 지속적으로 할 예정이며, ‘장애인재단’이 장애인 단체를 더욱 지원할 수 있도록 자원확보를 지원할 것이다.

당사자 단체들의 본산으로서 자리매김하도록 소통과 연대 강화와 아울러 각종 연수 및 세미나를 통한 당사자들의 역량 강화에도 힘쓸 예정이다.

당사자주의 실현 위한 장애운동 어떻게 나가야 하나

현재 장애인단체의 연대나 공투단이 너무나 다양하다. 이슈나 주제만 생기면 공투단이 만들어진다. 그리고 세를 늘리고 투쟁강도를 높여 결과를 얻으려 한다.

그렇다고 앞으로 지속적으로 새로운 단체를 만들어 나가야 하는가, 아니면 항상 민감한 이슈에 대하여 중심 단체가 깃발을 들고 나가야 하는가 생각하게 한다.

즉, 새로운 조직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언제든지 장총련 중심에서 연대해 투쟁할 수 있는 틀을 만들고 싶다.

그러나 타협과 이론, 결과적인 이익의 최대 공유라는 원칙을 지켜야 할 것이다. 전략과 전술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결과물이 없는 이벤트로서의 투쟁은 지양할 것이며 소수 핵심적 이슈에 대하여 집중하여 결과를 낼 것이다.

몸과 머리를 함께 쓰는 힘 있는 정책 대안자로서의 장총련의 위상을 만들어 나갈 것이다. 권력을 가진 자는 투쟁을 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장애인 당사자 중심의 권력을 창출해 내는 것이야 말로 우리의 목표라고 생각한다.

박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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