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생활수급비 중 절반 이상을 주거비, 병원비로 지출하고 나면, 문화생활은 상상조차 할 수 없습니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제정 10주년을 맞아 지난 7일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2009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권리보장을 위한 선언대회’에서 기초생활수급 당사자들은 “수급비를 받고도 무료급식소를 이용해야 할 정도로 (수급)금액이 적다”고 호소했다.

실제로 이들은 40여만원(1인 기준)의 수급비 중 방세로 20여만원을 지불하고 나머지 돈으로 병원비, 식료품비, 생활비 등을 지출해야 하는 상황으로 기본적인 의식주 해결에도 무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또 “지난 4월 용산구청이 아무런 통보, 절차 없이 의료급여 1종인 440여명을 2종으로 전환했다”면서 “수급비 또는 내역이 강제로 강등, 전환돼도 공무원들의 ‘주는 것도 어디냐’는 식의 태도 때문에 자세히 확인하는 것도 힘들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기초생활보장제는 국민 누구나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권리를 보장한 제도인데 공무원들이 시혜로 내려주는 분위기”라고 꼬집었다.  

쪽방 주민 박모씨는 “10여년간 연락을 끊고 살던 딸들이 부양의무자로 올라 있어 수급신청 대상이 안 된다고 했다”면서 “신장장애인이며 노쇠해 근로능력도 없는 사람을 수급자로도 만들어주지 않으면 어떻게 하느냐”고 호소했다.

중, 고등학생인 두 자녀를 키우며 사는 황모씨는 “97만원의 수급비로 빠듯하게 생활하고 있지만 학원을 못 보내자 학교공부를 따라가지 못하는 아이들 때문에 가슴이 아프다”며 “가난이 되풀이 될까봐 두렵다”고 털어놨다.

민노당 등 주최로 지난 7월부터 실시 중인 빈곤실태조사 참가자 김다은(고려대) 학생은 “특히 질병 또는 장애를 갖고 있는 수급자가 대부분인데 의료급여 1종 경우에도 지정 병원에서만 무료이고 날짜 제한까지 두고 있다”며  “큰 수술이라도 하게 되면 보험처리가 안 돼 아파도 병원에 가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이명박 대통령은 어묵만 드시지 말고 어려운 서민들 삶을 돌아보고 희망을 줄 수 있는 기초보장제 실행하라”고 비판했다.

이 날 권리대회 참가자들은 “‘바닥생존’ 강요하고 수급권리 억눌러왔던 기초생활보장제 10년 역사를 수급권자의 목소리로 바꿔 나갈 것”을 선언했다

아울러  ▲기초생활보장제 개선하고 수급자격 확대할 것 ▲최저생계비 현실화할 것 ▲수급권자 권리 침해 즉각 시정할 것 등을 요구했다.

한편 이 대회는 민노당 곽정숙 의원실과 빈곤사회연대, 기초생활보장 권리찾기 공동행동의 주최로 기초수급 당사자와 빈곤관련 활동가, 실태조사 참가학생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곽 의원은 “4대강에 쏟아 붓느라 복지예산 감축한 이명박 정부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며 “앞으로 '수급자 권리보장을 위한 요구안' 마련, '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 제출등과 아울러 오는 10월15일 ‘빈곤실태조사 결과 보고회’ 등을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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