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가정폭력과 성폭력 피해자 지원 등 여성권익증진에 책정된 예산을 건국60주년 기념행사에 투입된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예상된다.

곽정숙 민주노동당 의원은 ‘2008년 여성부 결산’ 내용을 확인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24일 밝혔다.

결산 자료에 따르면 성매매방지 및 피해 여성보호와 가정·성폭력 방지 및 피해자를 지원하기 위한 여성권익증진 예산 272억 중 7억9300만원이 전용됐으며 2억2000만원이 불용됐다.

2008년도 전용률이 높아진 이유는 정부의 예산 10% 절감 원칙에 따라 예산을 절감 집행하고 이에 따라 발생한 잉여 재원을 전용해 계획에 없었던 ‘청사이전에 따른 임차료’와 ‘건국60주년 행사’ 등 신규사업을 추진했기 때문이라고 곽 의원은 풀이했다.

곽 의원은 “청사이전에 따른 임차료와 건국60주년 행사는 ‘경제살리기, 일자리 창출, 서민생활 안정 등에 재투입한다’는 정부의 절감예산 활용 원칙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어떻게 여성부 고유의 업무로 강화해 나가야 할 사업인 폭력피해여성 지원 예산을 줄이고, 합의되지도 않은 건국60주년 기념행사에 예산을 낭비할 수 있냐”고 따져 물었다.

곽 의원에 따르면 폭력피해여성 주거지원 사업은 예산 3억9300만원 중 2억5100만원이 감액된 1억4200만원만 집행됐다.

곽 의원은 이에 따라 애초 50호의 임대주택을 공급하려 했으나 20호만 공급함으로써 가정폭력으로 오갈 곳 없는 피해자들이 다시 가정폭력 현장으로 되돌아가야 했다고 주장했다.

2009년도에 추가 설립된 장애인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시설은 충북 복음자리 한 곳 뿐이다. 2008년도 설립에 지원된 장애인 가정폭력 관련 시설은 장애인 성폭력 상담소 12곳, 장애인 성폭력 피해자 보호시설 2곳,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시설 1곳이다.

여성권익 증진 사업에서 전용·불용액을 합하면 10억1300만원인데 이 예산이며 18개 상담소를 지원할 수 있고, 17개 보호시설을 지원할 수 있으며, 10억이면 광역권에 보호시설 1개소씩은 설치될 수 있는 비용이다.

곽 의원은 “정부의 경제 살리기에 쓰자는 예산 절감 방침으로 가정폭력, 성폭력 피해자 지원 예산이 줄었다는 것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며 “가정폭력, 성폭력 피해자 지원 뿐 아니라 취약계층 여성을 보호하기 위한 여성권익 예산을 확대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건국60주년 행사는 국회의 심의, 의결도 거치지 않았고, 논란이 있는 행사에 여성부가 여성부 고유의 업무를 줄이고 전용해서 이런 행사를 진행했다는 것은 지탄받아 마땅하다”고 분개했다.

특히 “건국60주년 행사로 인해 성별영향평가와 성인지 예산에 대해 운영을 지원하는 여성정책평가체계구축 등의 사업이 위축됐다”며 “이런 식으로 예산을 쓰니 여성부를 없애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여성부가 해야 할 중점 사업인 성인지 예산 운영 지원과 성별영향평가 예산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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