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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생부터 국민연금 못받을 수도 있다” 주장에 ‘진실공방’ 갑론을박국민연금공단 “연금기금 소진되더라도 국가가 책임지고 지급 법에 규정”
박찬균 | 승인 2022.03.28 15:50

전문가들 “지금 연금개혁 않으면 ‘골든타임’ 놓쳐 미래세대 엄청난 부담”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 1월 공개한 연금제도 분석자료는 ‘1990년생부터 국민연금을 한 푼도 못 받을 수도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 그간 누차 지적돼온 연금기금 고갈의 가능성을 좀 더 피부에 와닿게 했다.

한경연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통계청 데이터로 한국과 주요 5개국의 고령화 실태와 연금제도를 비교하면서 ‘덜 내고 더 빨리 받는’ 형태로 운영되는 국민연금을 당장 개혁하지 않으면 기금고갈이 가속해 막대한 세금 부담이 미래 세대에 전가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경연은 국민연금 재정수지는 2039년 적자로 전환되고 적립금은 2055년에 바닥날 것이란 국회예산정책처의 전망을 인용하면서 현재의 국민연금 체계(보험료율 9%, 소득대체율 40%)가 유지되면 2055년 수급 자격이 생기는 1990년생부터 국민연금을 받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소득대체율은 생애 평균 소득 대비 노후 국민연금의 비율을 말한다.

한경연의 주장대로 국민연금이 처한 재정 상황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국민연금이 재정평가 기간으로 삼는 70년 후인 2088년(평가 최종연도)까지 누적 적자가 1경70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할 정도로 심각하다.

연금기금이 소진되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 저출산으로 출생아 수와 경제활동인구가 감소하면서 연금 가입자 수는 줄어드는데, 급속한 고령화와 기대수명 증가로 노인 인구는 많아지고 연금수급 기간도 길어지는 현실이 기금 고갈을 앞당기는 데 큰 몫을 한다.

급격한 인구구조 변화로 보험료를 낼 사람은 줄어드는데, 연금을 탈 사람은 급증하면서 수지 균형을 맞추지 못하고 재정수지가 적자로 돌아서면서 기금이 바닥나는 것은 너무 당연한 현상이다.

경제성장률 같은 거시경제 지표가 좋지 않은 등 미래의 경제 전망이 어두운 점도 많은 영향을 준다. 게다가 1988년 국민연금 제도를 도입할 때 가입자가 낸 보험료보다 더 많은 연금을 받도록 하는 '저부담·고급여' 구조로 설계한 것도 기금 고갈을 더 빨라지게 하는 요인이다.

이를 잘 보여주는 지표가 수익비(보험료 총액대비 연금급여 총액의 현재가치 비율로 1보다 크면 낸 보험료보다 연금으로 받는 금액이 더 많다는 뜻)인데, 그간 몇 차례의 연금개혁으로 보험료율을 올리고 소득대체율을 낮췄는데도 수익비가 여전히 높다.

2020년 기준으로 가입자의 소득 구간별 수익비를 보면, 30년 가입 시 수익비는 월평균 100만원 소득계층은 3.2배, 연금보험료 부과 최고 기준소득인 월평균 524만원의 최고 소득자도 1.4배에 달한다.

그러면 쌓아놓은 기금이 없어지면 정말 국민연금을 못 받게 되는 걸까? 국민연금공단 측은 “기금고갈 가능성에 대해 걱정하는 것은 충분히 공감하지만, 국민연금은 국가가 운영하는 사회보험제도로 국민연금을 받지 못하는 사태는 있을 수 없다”고 잘라 말한다.

국민연금법 제3조의2에 “국가는 연금급여가 안정적·지속적으로 지급되도록 필요한 시책을 수립·시행해야 한다”며 국가의 책무를 규정해 놓고 있는데, 이 조항에 따라 기금이 소진되더라도 국가에서 책임지고 반드시 지급한다고 강조한다.

연금공단 관계자는 “연금 지급은 국가의 생존이 달린 문제로 기금소진의 가장 큰 이유인 저출산 현상이 계속되더라도 국가가 지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안정적·지속적 연금지급을 위해 정부는 5년마다 한 번씩 국민연금 재정계산을 해서 향후 70여 년에 걸친 재정 상태를 미리 진단한다. 국민연금에 대한 일종의 건강검진이다. 이를 통해 기금소진 시기를 예측해서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조정 같은 제도개혁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사회적 합의를 거쳐 연금제도를 개선한다.

1차 재정계산은 2003년, 2차는 2008년, 3차는 2013년, 4차는 2018년에 했고, 5차 재정계산은 2023년 시행할 예정이다. 최근인 2018년 4차 재정계산 결과, 현재 보험료율(소득의 9%)과 소득대체율(40%), 미래의 경제성장률, 기대수명 및 출생률 등을 고려했을 때 국민연금 적립기금은 2042년에 적자로 돌아서고 2057년에 소진될 것으로 예측됐다.

이런 재정계산 결과를 토대로 정부는 국민연금 개편안을 내놓으면서 ①현행 유지 ②현행 유지하되 기초연금 40만원으로 인상 ③소득대체율 45% 상향, 보험료율 12% 인상 ④소득대체율 50% 상향, 보험료율 13% 인상 등을 4가지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재정안정과 지속 가능성, 노후소득보장을 둘러싼 지루한 공방 끝에 국민연금 개편 논의는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사실상 멈춘 상태다. 물론 기금이 바닥나더라도 다른 연금선진국처럼 우리나라도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공적 연금의 운영방식을 현재의 ‘적립방식’에서 ‘부과방식’으로 바꾸면 연금 재원을 조달해 연금을 지급할 수는 있다.

적립방식은 보험료를 거둬서 일정 기간 상당한 규모의 기금을 미리 쌓아놓고 그 기금을 주식·채권 등 금융상품에 투자해 수익을 올려서 연금으로 지급하는 방식으로, 현재 우리나라 국민연금은 ‘부분 적립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부과방식은 해마다 그 해 필요한 연금 재원을 당대의 젊은 세대한테서 세금이나 보험료로 거둬서 노년 세대를 지원하는 방식이다. 국민연금공단 측은 “독일, 스웨덴 등 오래전 연금제도를 도입한 많은 서구국가도 초기에는 우리나라 국민연금과 같이 적립방식으로 운영했지만, 연금 수급자 규모 증가, 급속한 노령화 등의 영향으로 부과방식으로 변경해서 연금을 지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럴 경우 세계 최고 수준의 저출산·고령화를 고려할 때 지금 청년층과 미래 세대는 국민연금 보험료로 소득의 30% 이상을 부담해야 할지 모르는 등 현실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게 문제다. 현재의 보험료율 9%와 비교하면 3배 이상 높다.

대부분의 전문가가 국민연금 등 공적 연금을 지금 개혁하지 않으면 ‘골든타임’을 놓치면서 미래세대에 엄청난 부담을 안겨줄 수 있다며 미래세대의 부양 짐을 덜어주기 위해서라도 연금개혁이 시급하다고 한목소리로 주문하는 까닭이다.

전문가들은 “국민연금 문제를 해결하려면 재정 상황을 있는 현실 그대로 국민에게 보여주고 젊은 세대도 누릴 지속가능성, 세대 간 형평성·공평성 등을 보장하는 쪽으로 원칙과 방향을 정하고 사회적 대화로 해법을 찾지 않으면 국가적으로 심각한 위기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며“국민연금 재정은 현재와 미래 세대가 분담하는 구조이고 현 상태로는 미래세대의 재정부담이 무척 크다. 연금을 둘러싼 세대갈등이 심화하기 전에 지금의 재정 상태를 제대로 국민에게 알리고 사회적 합의를 통해 재정 안정화의 첫 단추를 끼워야 한다”고 진단했다.

 

박찬균  allopen@bokj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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