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시민을 볼모로 삼는다'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를 연일 비판하는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를 향해 '갈등과 혐오를 조장한다'며 날을 세웠다.

민주당 지도부는 최근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진행 중인 전장연과 이날 간담회를 하고 장애인 차별 해소와 지원을 위한 제도개선 노력을 약속하기도 했다. '전장연 때리기'를 이어가는 이 대표와 뚜렷이 대비되는 행보를 보이며 이 대표를 직격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간담회에서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장애인 분들이 불편한 몸으로 시위를 하시게 된 것은 모두 저희 정치인이 태만했기 때문"이라며 "죄송하다"고 몸을 숙여 사과했다.

박 위원장은 "그런데 자꾸 문제를 해결할 생각은 하지 않고 갈등만 부추기는 이들이 있다"며 "곧 집권당이 될 국민의힘 대표께서는 장애인 시위를 두고 '서울 시민을 볼모로 삼는 시위'라고 했는데 이것은 장애인 차별이라는 본질을 왜곡한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과 장애인이 싸우도록 하는 것은 정말 잘못된 일이다. 헌법이 정한 기본적인 권리마저 보장하지 못하는 정부와 정치권이 책임져야 할 문제를 차별받는 장애인에게 뒤집어씌운 것"이라며 "국회가 당장 어떤 일부터 해야 하는지 찾겠다"고 말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지난 대선 때 후보들이 약속했듯 장애인 당사자 중심의 정책서비스 결정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약속하며 장애인 소득 보장과 일자리·교육 기회 확대, 발달 정신장애의 국가책임제 실시 등을 약속했다.

척수장애인인 최혜영 의원은 이 대표를 강하게 비판, "급기야 자당 장애인 의원의 지하철 현장 시위 참석이나 우려 표명에 대해서도 선 긋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앞으로 이렇게 이견이 있는 문제에 대해 갈등과 혐오를 조장하고 기본권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틀어막는 방식으로 국정을 운영할까 걱정된다"고 비판했다.

간담회를 마친 뒤 조오섭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 직속으로 국가장애인위원회를 설치해주기를 바란다는 요구와 장애 탈시설 지원법, 장애인 권리보장법 제정에 대한 요구가 있었다"며 "당론에 버금가도록 민주당이 책임감을 느끼고 추진해주기를 바란다는 말씀이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여당 간사인 김성주 의원이 (간담회에) 참석하셨는데 제정법과 예산 문제에 대해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고 덧붙였다.

조 대변인은 또 이날 논평을 내고 이 대표를 향해 "혹세무민'한 언어로 장애인 혐오를 조장하지 말라"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조 대변인은 "이 대표는 지난해 8월 전장연을 만나 '기재부를 혼내는 방법은 대선 성공밖에 없다. 당 대표로서 주안점은 이동권'이라고 말해놓고 윤석열 후보가 (대선에서) 당선되자 180도 달라져 장애인들의 이동권 보장을 위한 지하철 시위를 '비문명적' '독선' '볼모'라는 표현으로 원색적인 비난을 이어가더니 급기야 공권력을 동원해 진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고 지적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소속 회원들이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경복궁역 승강장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그는 "이 대표의 이러한 모습이야말로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몰염치한 정치"라며 "이 대표는 예비 집권 여당의 대표로서 장애인들이 왜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거리로 나섰는지에 먼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민정 의원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대표를 향해 "SNS 자판만 두드릴 게 아니라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행동하라"고 지적했다.

박찬균  allopen@bokj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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