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장애인차별연대 소속 회원들이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에서 혜화역까지 이동하는 지하철에 탑승해 장애인 이동권 보장·장애인 권리예산 반영을 요구하며 출근 시간대 지하철 시위을 하고 있다.

서울 지역 장애인 단체들이 서울시에 장애인 권리 증진을 위한 예산 보장 등을 요구하며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연대체를 구성했다.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등은 29일 오후 서울 지하철 시청역 1∼2호선 환승구간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서울시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모든 후보자에게 장애인 권리 보장을 요구하며 '서울지방선거장애인차별철폐연대' 출범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단체들은 "서울시는 지난해 장애인 탈시설 관련 조례를 제정하고 2015년에는 이동권 증진을 위해 올해까지 지하철 전 역사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겠다고 했지만, 조례는 제정되지 않았고 여전히 21개 역사에는 1동선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지 않았다"며 "서울시는 장애인의 권리를 권리답게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장애인 이동권·노동권·교육권·주거권·건강권·탈시설 권리·자립생활 권리와 발달장애인·장애 여성 권리보장, 뇌병변장애인 종합지원체계 마련 등 10대 요구안을 서울시에 제시했다.단체들은 "서울시장 후보들에게 장애인도 배제되지 않는 서울시를 만들고, 그간 자부심 있게 펼쳐 왔던 장애인 정책을 잘 지켜내고, 제도적 미비를 채워줄 것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35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출퇴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를 '공개 저격'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권명숙 서울진보연대 집행위원장은 "이 대표의 혐오 조장 발언은 도를 넘었다. 이 일이 김예지 의원이 대신 사과할 일인지 의문도 든다"며 "윤석열 당선인은 집무실 용산 이전 예산을 살펴볼 게 아니라 장애인 권리 예산부터 보장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전장연은 오는 20일까지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한시적으로 중단한다. 장애인 권리 예산과 관련법 개정 요구에 대한 인수위 답변을 일단 기다려본 뒤 만약 조치가 불충분하다면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재개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대신 이 기간 매일 오전 8시 경복궁역 승강장에서 릴레이 삭발 투쟁을 진행하고 오전 9시에는 혜화역 승강장으로 이동해 선전전을 열 계획이다.

박경석 전장연 대표는 "오늘 오전 인수위 면담에서 장애인 권리 예산에 필요한 4가지 법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 답을 줄 것과 이 대표의 발언에 대한 공식 사과를 요청했다"며 "출근길 지하철 타기는 내일부터 잠시 멈추지만 대신 더는 기다릴 수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경복궁역에서 한 명씩 삭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박찬균  allopen@bokj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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