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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가부 폐지론은 선거용…성평등 추진체계 와해 우려"한국여성학회·여성단체연합·성인지예산네트워크 공동 토론회
박찬균 | 승인 2022.04.08 11:25

"정치 프레임 벗어나 '실사구시'로 접근…기능·권한 강화해야"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여성가족부 폐지론 진단과 성평등 정책 정부 조직 개편 방안'을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김현미 한국여성학회장(왼쪽에서 세번째)이 발언하고 있다. 이날 토론회는 한국여성학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성인지예산네트워크가 주최했다.

새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여성가족부 폐지'를 사실상 공식화한 가운데 여성계의 반발 움직임도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2층 아름드리 홀에서 열린 '새 정부 성평등 정책 강화 방안 토론회'에서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핵심 공약인 '여가부 폐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날 토론회는 한국여성학회와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성인지예산네트워크가 공동 주최했다. 이날 첫 발제를 맡은 강이수 상지대 교수와 신경아 한림대 교수는 우선 '여가부 폐지론'의 허구성을 지적했다. 여가부 폐지론이 여론에 기반한 것으로 포장돼 있으나 실은 과장되거나 근거가 없으며, 정치적 선거전략으로 '여가부 폐지' 공약이 등장했다는 것이다.

이어 강 교수와 신 교수는 발제문에서 "성평등 사회 실현을 위한 총괄 전담부처가 사라지면서 우리 사회 성평등 추진체계가 퇴행하거나 와해될 위험에 놓였다"며 "여가부를 폐지하고 각 부처에 기능적 분산을 통해 업무 수행을 할 경우 각 부처 내에서 성평등 관점의 업무와 정책은 배제되거나 주변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여가부 폐지는 근거도 논리도 취약한 전략적으로 실패한 공약"이라며 "우리 사회의 객관적 지표와 상황을 근거로 성평등 정책 강화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김경희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성평등정책 강화와 여가부 개편방안'이라는 발제문에서 현행 여성정책의 성과와 한계에 대해서도 분석했다. 김 교수는 보육, 일-가족 양립, 여성 일자리, 여성 대표성 향상 등의 성과가 있었다면서도 정부 내에서 여성 정책담당 기구의 위상은 주변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 성평등 의제에 대한 주도적 대응과 역량이 가능한 정책 추진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성별임금격차, 여성 경력단절, 젠더 폭력, 유리천장, 성차별적 문화·의식 등 구조적 해결을 위해 성평등정책 전담부처에 컨트롤타워 기능을 부여해야 한다"며 권한과 예산을 갖춘 실질적 성평등정책 전담부처로 여가부의 기능과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날 토론에 참가한 황정미 서울대 여성연구소 객원연구원은 여가부 개편 문제와 관련 "정치적 프레임에서 벗어나 '실사구시'로 나아가는 책임 있는 논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황 연구원은 특히 여가부의 업무를 복지부, 법무부, 예산처 등 여러 부처로 분산하는 방안에 대해 "성평등 관점, 성주류화의 시각에서 본다면 머리는 자르고 손발만 남겨두는 격"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여가부의 정책들을 여러 부처로 분산할 경우, 성평등 관점은 지워지고 소수 집단 대상의 주변화된 정책으로 남게 될 우려가 크다"며 "결국 정책수요자보다는 정책공급자 위주의 관점, 시민의 필요보다는 업무 편의를 우선시하는 행정편의주의로 귀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변화된미래를만드는미혼모협회 인트리의 최형숙 대표는 여가부의 대안으로 거론되는 '인구가족부', '가족복지부'에 대해 "여성은 출산의 도구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또 "한부모, 미혼모가족은 단지 복지의 대상이 아니라 노동·주거·돌봄 등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가족 중의 하나"라며 "이런 한계를 어떤 식으로 보강하며, 강화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과 비전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박혜영 전 충북여성발전센터 연구팀장은 여가부가 폐지될 경우, 각 지자체 차원에서 추진되는 가족·여성 및 성평등 정책 행정체계가 혼란을 겪고 책임 주체가 불분명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하영 성매매문제해결을 위한 전국연대 공동대표도 성평등의 관점에서 정책을 이끄는 전담부처의 역할이 없다면 성매매 등 젠더폭력 관련 정책은 개별 구호사업들로 쪼개지고 폭력 피해의 예방과 생존자들의 사회복귀 프로그램도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다고 비판했다.

 

박찬균  allopen@bokj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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