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관계자들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국회의원 장애비하발언에 대한 공익소송 1심판결에 대한 입장발표와 항소제기 기자회견에서 피켓을 들고 있다

“정치인의 장애인 비하 발언을 듣는 원고들 입장에선 우리가 왜 저런 조롱의 대상이 돼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우리가 왜 저렇게 남을 깎아내리는 용도로 사용돼야 하는지…. 불편하고 좌절감이 들어요.”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관계자는 장애인 비하 발언을 한 정치인들을 상대로 한 장애인 차별구제 소송에 참여했던 원고들의 심경을 전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지난해 장애인 비하 발언을 한 국회의원들과 국회의장을 상대로 차별구제소송을 제기했으나 이달 15일 서울남부지법 민사13부(홍기찬 부장판사)는 청구를 기각하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원고들이 문제 삼은 발언은 곽상도·이광재·허은아·조태용·윤희숙·김은혜 등 전·현직 국회의원들이 기자회견과 논평 등에서 사용한 “외눈박이 대통령”, “정책 수단이 절름발이가 된다”, “국민을 우습게 아는 것이라면 집단적 조현병”, “외교 문제에서 우리 정부는 정신분열적”, “꿀 먹은 벙어리” 같은 표현들이었다.

주 간사는 “누군가를 특정해서 한 발언들은 아니었지만 다른 정치인들을 깎아내리기 위해 사용했던 비유적 표현들, 아니면 본인들이 조금 더 우월시되기 위해 사용된 표현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회는 변했는데 지금까지 우리를 바라보는 인식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고 말씀하는 분들도 계신다”며 “많이들 암담해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번 소송을 진행한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측은 장애인 비하 발언도 문제였지만 소송 과정에서 의원들이 보여준 태도에서도 참담함을 느꼈다고 지적했다.

피고들은 법원에 낸 답변서에서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향후 의견 개진에 있어 더욱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밝혔으나, ‘일상적인 표현이기에 비하한 것이 아니다’라는 취지가 담겨 있다.

윤 전 의원과 조 의원은 “정신 분열적이라는 표현은 ‘증’이나 ‘병’ 등 장애를 내포하는 말과 달리 서로 다른 생각이나 행동, 주장이 동시에 배출되는 상황에서 사용되는 일반화된 용어”라며 “정치인과 언론인, 의료인, 영화인, 일반인을 구분하지 않고 일상적으로 통용돼왔다”고 주장했다.

‘외눈박이’라는 표현 때문에 피소된 곽 전 의원은 “외눈박이의 사전적 정의는 ‘한쪽 눈이 먼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고 ‘두 눈이 갖춰진 것이 정상인 생명체가 외눈으로 태어난 개체’를 가리키기도 한다”며 “피고 곽상도는 한쪽 눈만 가지고 태어난 사람을 본 적이 없어 만화나 동화 속의 가상 개체로 생각하고 있었다. 실제 인물인 이 사건 원고가 당사자적격이 맞는지도 의문”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법원은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하면서도 피고들의 발언은 “장애인들에게 큰 상처를 줄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표현”이라고 인정했다.

재판부는 “‘정신분열’, ‘외눈박이’ 등은 장애인을 비하하거나 낮춰 말하는 말 또는 장애인에 대한 혐오감을 일으킬 우려가 있는 표현임을 인정할 수 있다”며 “상대방을 비난할 목적으로 위와 같은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장애인을 사회에서 열등한 존재로 낙인찍는 것일 뿐만 아니라 고정관념과 편견·혐오를 공고화해 인권침해나 차별을 정당화할 상당한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위 피고들은 이 사건 각 표현 당시 국회의원의 지위에 있던 자들로 인권 존중의 가치를 세우고 실천하는 데 앞장서 모범을 보여야 할 사회적 지위에 있는 사람들”이라며 “일반적인 국민들의 발언과 비교해 더욱 빠르고 넓게 전파될 가능성이 높고 개인과 사회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1심 판결에 불복해 장애인의 날인 이달 20일 국회 앞에서 이번 소송 진행과정에서 피고들의 불성실한 대응과 판결의 문제점 등을 지적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관계자는 “장애인 비하적 표현을 사용하면 안 된다고 하면서 법원이 기각 판결을 내린 것이 의아하다”며 “항소해 다시 한번 판단을 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찬균  allopen@bokj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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