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9호선 중 개화역만 승강장과 열차사이 간격 준수 

심평원, 주 출입구 앞에 도움호출기 부착 시스템은 좋은 평가

 장애인 편의시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가족부에 장애인화장실이 없는가하면 복지부 산하기관에서 편의시설의 기준과 다르게 설치돼 있거나 아예 없는 등 장애인편의시설 설치․운영 실태가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23일 박은수 민주당 의원이 장애물없는생활환경시민연대와 공동으로 조사한 ‘지하철 9호선·경의선 및 보건복지가족부와 주요 산하기관의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 실태’자료집에서 이같이 밝혔다.

 

자료집에 따르면 장애인 편의시설 주무부처인 복지부 청사마저 7층과 12층에는 장애인 화장실이 없었다. 또 대부분의 복지부 산하기관에서 편의시설은 기준과 다르게 설치돼 있거나, 아예 설치돼 있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특히 몇몇 산하기관에서는 ‘편의시설 설치·운영 체크리스트’의 존재 자체를 모르고 있는 경우도 적지 않아 충격을 줬다.

 

조사는 13~15일에 걸쳐 지하철 9호선 24개 역사, 경의선 20개 역사, 복지부와 복지부 산하기관의 ▲장애인화장실 ▲장애인용엘리베이터 ▲승강장과 열차 사이 간격 등을 현장 방문을 통한 실측으로 실시됐다.

장애인화장실

 

장애인용화장실은 교통약자의 이동편의증진법에 따르면 대변기 전면에는 1.4m×1.4m 면적을, 대변기 측면에는 0.75m의 면적을 확보하도록 돼 있다. 이는 장애의 유형이나 정도에 따라 대변기 전면에 또는 측면에 휠체어를 놓고 옮겨 앉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하철 9호선의 경우 총 25개 역사 가운데 미개통한 마곡나루역을 제외한 24개 역사 중 약 95.8%인 23개 역사가 대변기 전면에 세면대 또는 세면대 손잡이로 휠체어 사용자의 접근이 어려웠다.

 

대변기 전면공간이 확보되지 않은 23개 역사 가운데 43.5%인 10개 역사(가양, 등촌, 선유도, 당산, 노량진, 노들, 흑석, 동작, 구반포, 신논현)는 세면대 손잡이를 고정식 수평손잡이로 설치해 휠체어 사용자의 접근이 더욱 어렵게 설치돼 있었다.

 

대변기 전면공간과 측면공간이 모두 확보된 역은 김포공항 1곳이 있었으나, 김포공항 장애인화장실에는 세면대에 수평손잡이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

경의선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총 20개 역사 가운데 구 역사의 화장실을 이용하는 4개 역사(가좌, 대곡, 월롱, 문산)를 제외한 16개 역사 중 68.8%인 11개 역사가 세면대로 인해 전면 접근이 어려웠고, 25%인 4개의 역사가 세면대 또는 고정식 손잡이로 대변기 측면 접근이 어려웠다.

 

이 중 서울역과 수색역은 대변기 전면 및 측면 접근이 모두 어려워 휠체어 사용자의 이용이 매우 불편했다.

 

반면에 대변기 전면과 측면 접근이 모두 가능한 역은 신촌역과 능곡역 2곳에 불과했다.

장애인용 승강기

 

이동편의증진법 시행령에서 장애인용 승강기의 경우 호출버튼, 조작반, 통화장치 등 승강기 안팎에 설치되는 모든 스위치의 높이는 바닥면으로부터 0.8m 이상 1.2m 이하로 설치하도록 돼 있다.

 

이는 휠체어사용자용 조작반에만 적용되는 기준이 아니라 승강기 출입문 측면에 설치돼 있는 일반버튼, 승강기 외부호출버튼도 포함된다. 장애인용 승강기 우측면에 설치된 휠체어사용자용 조작반은 바닥면으로부터 0.85m 내외로 설치하도록 돼 있다.

 

지하철 9호선은 아직 개통되지 않은 마곡나루역을 제외한 24개 역사 모두 장애인용 승강기에 설치된 휠체어사용자용 조작반의 높이가 기준 보다 높았다.

 

경의선은 장애인용 승강기가 설치된 17개 역사 가운데 휠체어 사용자용 조작반의 설치기준(바닥면으로부터 0.85m 내외에 설치)를 지키고 있는 역은 문산역 1곳 뿐이었다. 나머지 16개 역에 설치된 장애인용 승강기의 휠체어 사용자용 조작반의 높이는 높았다.

 

설치된 대부분의 승강기는 현대엘리베이터 제품이었고, 휠체어 사용자용 조작반의 높이의 기준을 지킨 업체는 문산역에 설치된 동양엘리베이터 제품뿐이었다.

승강장과 전동차 사이의 간격

 

이동편의증진법에 따르면 상시적인 서비스가 제공되는 경우를 제외하고 장애인용 승강장과 차량의 간격은 5cm 이내로 설치하도록 돼 있고 만약 승강장과 차량 사이의 간격이 넓거나 높이차이가 있을 경우에는 승하차를 위한 장비를 갖추도록 하고 있다.

 

지하철 9호선은 25개 역사 중 미개통 된 마곡나루 역을 제외하고 이동편의증진법 기준에 맞게 설치된 역은 개화역 1곳 뿐이었다. 나머지 23개 역사는 모두 이동편의증진법 기준보다 승강장과 열차 사이의 간격이 넓었다. 24개 역의 승강장과 전동차 사이의 간격의 평균은 8.11㎝로 이동편의증진법 기준보다 3.11cm가 넓었다.

 

경의선은 20개 역사 중에서 이동편의증진법의 기준에 따라 승강장과 열차 사이의 간격이 5cm 이내인 역은 한 곳도 없었다. 간격이 가장 좁은 역이 월롱역이었으나, 이 곳 역시 6cm 이동편의증진법 기준에는 못 미쳤다.

 

20개 역사의 승강장과 열차 사이의 간격의 평균이 약 8.3cm로 이동편의증진법의 설치 기준 5cm보다 3.3cm가 넓었다.

 

승강장과 열사 사이의 간격이 제일 넓은 곳은 가좌역으로 상행과 하행 각각 16, 15cm였다. 다른 역사들은 승강장과 열차 사이의 간격을 줄이기 위해서 승강장에 고무판을 부착했으나, 가좌역에는 아무것도 설치돼 있지 않았다.

보건복지가복부

복지부의 경우 장애인 후문 장애인전용 주차구역이 출입문가 가장 가까운 위치가 아닌 문제점이 나타났다.

 

또한 주출입구에 경사로 손잡이가 잘못 설치됐으며, 기울기가 편의증진법 기준보다 약간 가파르다. 승강기 및 장애인용 승강기의 경우 버튼 조작반이 기준보다 높게 나타났다.

 

장애인화장실의 경우 복지부가 사용하고 있는 6층, 7층, 8층, 9층, 10층, 12층 중 7층과 12층에는 설치돼 있지 않았다. 장애인정책국이 있는 10층에 장애인 편의시설이 가장 잘 돼 있었으나 화장실 출입구 코너에 큰 휴지통이 있어 휠체어 장애인의 출입을 방해하는 문제점이 나타났다.

 

장애인용 승강기는 화물용 승강기를 개조해 사용하고 있었으며, 장애인용 승강기를 타는 곳 앞에 휴지통 및 재활용품 등이 있어 실제 휠체어 장애인이 이용하기 위해서는 휴지통 및 재활용품 등을 치우고 사용해야 한다는 문제점이 지적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청 민원실

식품의약품안전청 본청에는 장애인화장실이 전혀 설치가 돼 있지 않았다.

 

민원실 장애인화장실은 최근에 지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장애인화장실 전면공간이 좁아 휠체어 회전이 불가능하며 대변기칸 문이 안쪽으로 열려 휠체어 사용자가 문을 닫을 수 없는 문제점이 발견됐다. 세면대 및 핸드타올은 휠체어사용자가 사용할 수 없는 높은 높이에 설치가 돼 있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주출입구의 경사로의 기울기가 10도로 기준인 4.5도보다 가파르게 설치돼 있어 휠체어 사용자가 혼자 경사로를 올라가는 것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됐다.

 

자동 출입문 버튼 및 휠체어 사용자용 조작반 높이가 기분보다 높게 나타났다. 장애인화장실은 크게 문제가 드러난 것은 없었으며, 민원실 접수대의 경우 상부 높이가 높고 하부 공간이 부족했다.

국민연금공단 

 

국민연금공단의 경우 주출입구 경사로 기울기가 6도로 기준보다 약간 높게 나타났으며, 장애인용 승강기 휠체어 사용자용 조작반 높이가 기준보다 높았다. 장애인화장실 및 민원실 접수대는 큰 문제점이 드러나지 않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승강기 버튼 조작 높이가 모두 기준보다 높게 나타났다. 장애인화장실은 측면에 고정식 손잡이를 설치해 휠체어 접근이 어려워 수평식 손잡이로 교체가 필요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경우 주출입구 앞에 도움호출벨을 부착해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이 방문할 경우 도움호출벨을 누르면 도우미가 나와 안내를 하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었다.

 

박은수 의원은 “주무부처는 물론 공공기관에서조차 지키지 않고 있는 것은 장애인 정책을 총괄하는 기능이 일개 부처 차원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라며 ”형식적 운영에 그치고 있는 총리 산하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를 대통령 직속 상설 장애인위원회로 격상, 실질적인 운영 활성화를 도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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