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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 침범사고 내고 숨진 노동자…대법 "산재로 볼 수 있어""법규 위반했어도 '무조건 산재 불인정'은 안돼"…인정 범위 넓혀
박찬균 | 승인 2022.06.14 08:19

노동자가 업무 수행을 위해 운전을 하던 중 교통법규를 위반해 사고를 내고 숨졌더라도 단지 '법규 위반'만을 이유로 업무상 재해 인정을 거부하면 안 된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사망 노동자 A씨의 부인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근로복지공단의 손을 들어준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0일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한 대기업의 1차 하청업체 노동자였던 A씨는 2019년 업무 차량을 몰고 원청에서 열린 협력사 교육에 참석한 뒤 근무지로 돌아오다 도로 중앙선을 침범했고, 마주 오던 트럭과 충돌해 발생한 화재로 사망했다. 당시 A씨가 술을 마신 상태는 아닌 것으로 조사됐고, 수사기관은 졸음운전을 사고 이유로 추정했다.

A씨의 부인은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청구했으나 근로복지공단은 지급을 거부했다. A씨 사망의 원인은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을 위반한 범죄행위이므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었다. A씨의 부인은 소송을 제기했다.

현행 산재보험법 37조 2항은 노동자의 고의·자해나 범죄행위 또는 그것이 원인이 돼 발생한 부상·질병·장해·사망을 업무상 재해로 보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법정에서의 쟁점은 스스로가 야기한 중앙선 침범 교통사고로 숨진 A씨 사례를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있는지가 됐다.

1심은 "업무수행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한 점을 고려하면 고인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로 봐야 한다"며 A씨 부인의 청구를 받아들였다. 반면 2심은 A씨 사망의 원인은 범죄행위라 근로복지공단의 지급 거부 처분이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A씨가 중앙선을 침범하지 않았다면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취지다.

그러나 대법원은 "사고와 A씨의 사망이 범죄행위가 직접 원인이 됐다고 단정할 수 없고, 오히려 노동자의 업무 수행을 위한 운전 과정에서 통상 수반되는 위험의 범위 내에 있는 것으로 볼 여지가 크다"며 다시 판단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중앙선 침범의 이유가 확인되지 않은 점과 A씨가 1992년 운전면허를 딴 뒤 교통법규를 위반하거나 교통사고를 낸 일이 없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대법원은 산재보험법의 '근로자의 범죄행위가 원인이 돼 발생한 사망'이 "근로자의 범죄행위가 사망 등의 '직접 원인'이 되는 경우를 의미하는 것"이라는 기준도 새롭게 제시했다.

교통법규 위반이 사망의 원인이라고 해서 무조건 급여 지급 대상에서 제외해서는 안 되고, 사망의 '직접 원인'인 경우에 한정해야 한다는 취지다. 노동자의 보장 범위를 한층 넓게 인정한 것이다.

아울러 노동자의 '운전 중 사망사고'가 업무 수행을 위한 운전 과정에 통상 수반되는 위험의 범위 내에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면, 설령 중앙선 침범으로 사고가 일어났다고 해도 업무상 재해가 아니라고 단정해서는 안 되고 사고 경위와 운전자의 운전 능력 등 당시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박찬균  allopen@bokj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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