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노인요양시설 내 전문 간호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요양실 시범사업'을 확대하자 요양병원이 반발하고 나섰다. 요양병원과 요양시설 간 기능 정립에 맞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노인요양시설 내 전문요양실 시범사업 참여기관을 지난 해 20개소에서 올해 전국 25개소로 확대·운영한다. 충청권은 대전·충남 각 2곳, 충북 1곳 등 모두 5곳이 포함됐다.

전문요양실 시범사업은 간호사 또는 간호조무사가 장기요양 1-4등급 입소자에게 전문 간호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입소자의 요양·건강상태를 통합 관리하는 것이다.

전문 간호서비스는 △영양(중심정맥영양, 경관영양, L-tube, G-tube) △배설관리(Foley, 인공항문 인공방광) △호흡관리(산소투여, 기관리절개관 교체, 인공호흡기, 석션) △상처관리(욕창드레싱, 당뇨발 간호) △기타(암성통증간호, 투석간호) 등이다.

노인요양시설 관계자와 입소자, 보호자 등은 해당 사업에 대해 높은 만족도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시국에 시범사업이 빛을 발했다는 평가다.

시범사업에 참여한 대전 동구의 한 노인요양시설 관계자는 "간호사 3명과 간호조무사 5명이 상주하며 입소자 32명에게 전문 간호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촉탁의가 방문해 관리한다"며 "시설에서 받는 일상생활서비스에 의료서비스까지 더해지면서 입소자, 보호자들의 만족도가 훨씬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 이전부터 늘 대기자가 있었다. 아무래도 응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의료진을 통해 대처가 가능하다 보니 많이 선호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요양병원은 '의료법 위반' 소지가 크다며 시범사업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전문 간호서비스 내용이 일반 간호인력 수준을 뛰어넘는다는 것이다.

요양병원협회 한 관계자는 "사지마비, 연하장애, 인슐린, 마약성 진통제 투여 등은 전문 투약관리가 필요한 의료행위다. 대학병원 중환자실이나 요양병원 집중치료실에서 의사가 직접 하거나 의사의 처방에 따라 간호사가 시행하는 것"이라며 "촉탁의가 기껏해야 일주일에 한 번 방문하는 게 고작인 요양시설에서 의사의 구체적 진단·처방 없이 간호사와 간호조무사가 처치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의료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요양병원과 시설의 기능 정립에 대한 논의를 통해 정부가 노인 정책에 대한 방향키를 쥐고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가 오히려 요양병원과 요양시설 간 갈등을 조장할 게 아니라 노인정책에 대한 방향을 갖고 산적한 문제들을 풀어가려 노력해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