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고의 장애인 작가 등용문인 ‘제19회 대한민국장애인문학상 및 미술대전’에서 미술대전 대상에 박진 씨와 김교석 씨가, 문학상 대상에는 설미희 씨가 차지했다.

 

한국장애인개발원은 지난달 15일 수상자를 발표한데 이어 지난 4일 서울미술관 제1전시실에서 시상식과 함께 전시회를 열었다.

 

대상 수상작인 박진(청각장애 2급) 씨의 ‘기다린’은 장애와 고독을 그림으로 승화시켰다는 평가를, 김교석(지체장애 1급) 씨의 서예작품 ‘맹종동순’은 근골이 단단한 수작이란 평가를 받았다.

 

문학상 전체 대상작인 설미희(지체장애 1급) 씨의 단편소설 ‘장애 콜, 신 기사’는 설미희 씨가 만난 장애인 콜택시 기사의 이야기로, 입체적이고 충실한 묘사와 경쾌한 전개가 돋보이는 작품이라는 평가다.

 

또 미술대전 우수상에는, 정미경(지체장애 2급) 씨의 한국화 작품‘할배(할아버지)’와 이선경(언어·청각장애 2급) 씨의 공예 작품 ‘바다의 빛’이 각각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수상작 72점은 4일부터 9일까지 인사동 서울미술관에서 전시됐다.

 

이번호에는 지난 513호 대상 수상자들에 이어 우수상을 차지한 정미경.이선경 씨의 인터뷰를 싣는다.

 

“하나뿐인 딸에게 자랑스러운 엄마로 기억되고 싶어요”

정미경(40. 지체장애 2급)

“너무 기쁘고, 정말 좋은데, 눈물이 먼저 말을 하더라고요. 그동안 남편에게 미안함이 너무 많았던 거죠. 고맙다는 말을 전하다 그만 펑펑 울어버렸어요.”

 

정미경 씨의 수상 소식에 먼저 답을 한 것은 그녀의 눈물이었다.

 

제19회 대한민국장애인미술대전에서 한국화‘할배’로 우수상을 수상한 정미경 씨. 이번 작품의 모델은 바로 미경 씨의 아버지이다.

 

“70이 넘으신 아버지가 계세요. 몇 년 전에 인공심장판막수술을 받으셨는데, 퇴원 후 고생한 자식들에게 주신다며 올해 벼농사를 기어이 지으시더라고요. 무거운 벼이삭을 등에 한 짐 짊어지고도 무거운 줄 모르시고 자식들 줄 생각에 마냥 좋아 웃기만 하던 그 모습…. 이미 할아버지가 되어 버린 나의 아버지. 그 내리사랑이 이번 작품을 탄생시켰죠.”

 

근이영양증(근육병)으로 지제장애 2급인 정미경 씨는 어려서부터 증상이 보이기 시작했지만 그저 허약체질이라 그렇겠거니 해버린 탓에 오랜 기간 병명조차 모르고 지냈다.

 

“스물여섯에 아이를 낳고 몸이 점점 더 불편해지기 시작하더라고요. 별것 아니겠지 했는데, 2000년에 운전면허 발급을 위해 장애 진단하러 병원에 갔다가 제 병이 심각하다는 걸 알게 됐어요. 아직까지는 약간의 보행은 가능해요. 하지만 진행성 병이라….”

 

점점 근육이 사라지는 근이영양증은 현대 의학으로서는 치료할 수 없는 난치병이다.

 

“그냥 하루하루 덤으로 산다 생각하며 최선을 다해서 살아갈 뿐이죠. 그래도 감사할 이유가 참 많더라고요. 어려운 형편에 그림 한다고 하니, 남편 눈치 보다는 시댁 어른들 눈치가 제일 많이 보입니다. 그래도 이번엔 좀 어깨가 으쓱해지네요. 눈치를 덜 봐도 될 것 같아서요.”

 

하지만 그런 그녀도 처음에 병명을 알게 되었을 때 자포자기 상태에 빠져 일 년을 허송세월로 보내기도 했다. “그때 한 친구가 붓글씨를 배워보라고 하더라고요. 듣는 순간 가슴이 두방망이질을 하기 시작했어요. 바로 그날로 서예학원에 등록을 했죠.”

 

처음에 비장애인들과 문인화를 같이 배웠던 정미경 씨는 몸이 불편한 만큼 다른 사람들을 따라가기가 많이 벅차더란다. 그래서 밤을 새워 그리고 또 그렸다. 온몸이 퉁퉁 붓도록…. 서서 일필휘지로 작업을 해야 되는 문인화를 계속하기에는 몸 상태는 점점 더 나빠져만 갔다. 그래서 몇 년 전 한국화로 바꿨다.

 

한국화가 정해식 선생의 사사를 받고 있는 정미경 씨는 서양화를 전공하고 있는 딸 소연(지소연, 16세)이와 같은 화실에 다니고 있다. 아직까지는 일주일에 세 번은 화실에 나가지만 곧 닥쳐올 겨울에는 추위로 인한 근육마비가 잦아 문 밖 출입을 할 수 없다.

 

“처음 그림을 시작하면서 딸아이와 약속을 했어요. 엄마랑 나중에 함께 전시회를 열자고. 머잖아 모녀전시회를 여는 것이 제 목표에요.”

 

아직은 힘들게나마 보행은 가능하지만 손도 발도 쓸 수 없는 날이 올 것이다. 그러기 전에 붓을 쥘 수 있을 때 더 많은 이야기를 작품에 담고 싶다는 정미경 씨. 먼 훗날 사랑하는 딸에게 아픈 엄마로 기억되기 보다는 참 씩씩하고 용감하게 살며 노력했던 화가 엄마로 남고 싶단다.

“도예를 사랑하는 모든 이에게 작업 공간 제공하고 파”

이선경(40. 언어·청각장애 2급)

 “모든 생명을 차별 없이 품어 길러내는 어머니의 마음 같은 바다의 빛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언어·청각 장애 2급인 이선경 씨는 ‘바다의 빛(도자 조명등)’이라는 작품으로 제19회 대한민국 장애인 미술대전 공예부문에서 우수상으로 입상했다. ‘바다의 빛’은 작은 흙 조각들을 은근과 끈기로 올라가며 붙여 비대칭의 원형으로 만든, 조형적·기술적·실용적인 작품이라는 평가다.

 

이선경 씨는 태어나 얼마 되지 않아 고열로 청력을 잃었다. 그래도 가족들은 절망하지 않았다. 지금 그녀가 공예를 할 수 있는 것도 가족의 힘이 크다.

 

“남동생(38세, 언어, 청각 장애 2급)도 도예를 전공하고 있어 늘 함께 작업해요. 공장을 경영하시는 아버지께서는 모든 작품 활동에 불편이 없도록 경제적 후원을 해 주시죠. 그리고 아무래도 의사소통이 불편할 때가 많아 어머니께서 늘 함께 계시면서 많은 도움을 주시니 전 참 행운이죠.”

 

든든한 가족들의 지원과 스스로의 노력으로 어릴 때부터 구화교육을 받아 입모양으로 사람들과 의사소통을 해 온 이선경 씨는 초등학교부터 대학원까지 모두 일반학교에서 교육을 받았다.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했어요. 그 후 일본 아리타요업학교에서 도자기디자인(상회부, 하회부) 공부하게 됐는데, 그때 도예작업의 매력에 심취해 지금까지 이 작업을 해오게 됐죠.”

 

이선경 씨는 많은 교육의 기회도 있었지만 그만큼 열심히 배우고 또 노력했다. 경상북도 미술대전, 대한민국 신조형미술대전, 대구공예대전, 대한민국 정수미술대전 등 다양한 공모전에서 입상한 화려한 경력이 이를 말해 준다.

 

그래도 역시 들을 수 없고 말 할 수 없다는 것에 때때로 아쉬움을 느끼게 된다고.

 

“전시회 등에서 작품에 대해 궁금해 하는 사람들에게 제가 직접 작품 설명을 드리지 못해요. 그럴 때마다 제 작품을 감상하는 사람들과 깊은 교감을 나누지 못하는 것 같아 좀 아쉬워요.”

 

하지만 작품 활동 할 때 내면의 세계를 좀 더 심도 있게 표현할 수 있는 것은 장애인 작가만의 장점이란다.

 

자신의 작품을 사랑해 주는 사람들을 만날 때 한 없이 기뻐진다는 이선경 씨. 흙이 물과 또 불과 어우러져 강인한 생명력이 보태어지듯 가슴 속 가득한 선경 씨만의 의지와 생각들을 작품으로 빚어내고자 하는 것이 선경 씨의 바람이다.

 

“더욱 창작 작업에 충실하고 싶고, 도예를 사랑하는 모든 이에게 미약한 힘이 나마 가르쳐드리고 함께 작업 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싶어요.”

김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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