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에서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으로 안락사를 감행하는 것은 생명경시 풍조를 부추기는 것으로 허용을 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특히 안락사의 논쟁에 대해서는 당사자인 중증장애인이 참여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와 주목된다.

윤삼호 한국장애인인권포럼 장애인정책모니터센터 부소장은 2일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안락사 문제 한․일 국제세미나’에서 이같이 밝혔다.

윤 부소장은 “안락사 찬성론자들은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이라고 주장하지만 그들이 무의미한 생명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으며, 그 권리를 누구로부터 받았는지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윤리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안락사를 합법화할 경우 중증장애인이나 말기 환자들의 생명을 ‘무의미한’ 것으로 간주하고 궁극적으로는 건강상태에 따라 생명의 가치를 달리 평가하는 극단적인 반문명 사회가 도래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미국의 경우를 예로들며 미국의 살인의사 잭 케보키언은 충분히 살 수 있는 장애인과 불치병 환자 170여명을 독약으로 안락사 시켰지만 반성은 커녕 자신의 살인행위가 ‘자비’였다고 당당하게 말한다고 꼬집었다.

윤 부소장은 “비록 낮은 단계라도 안락사가 합법화 내지 정당화의 길로 들어서는 순간, 이런 비극은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닐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따라서 안락사의 당사자가 될 가능성이 높은 중증장애인들도 안락사에 대한 논의에 참여해야 한다”며 “이들이 곧 닥칠 수 있는 자신의 삶과 죽음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진지하게 경청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는 “이는 의사, 변호사, 가족 등의 견해가 반드시 당사자들의 견해와 일치한다고 볼 수 있는 아무런 실증적 증거가 없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이상원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교수도 “인간의 삶의 고통을 완전히 제거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안락사라는 살인이 고통 완화를 위한 수단이 될 수 없다”고 단언했다.

이 교수는 “안락사가 법적으로 허용되기 시작하면 비슷한 경우에 처해 있는 환자들의 생명을 자의적으로 종결시키는 문호가 넓어져 환자들의 인권이 일방적으로 침해당하고 생명의 존엄성이 심각한 위기상황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염려했다.

그는 “식물인간상태에 있거나 뇌사상태에 있는 환자도 살아 있는 인간”이라며 “식물인간상태에 있는 환자의 대리 판단자는 환자의 생각을 바르게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환자의 생명을 인위적으로 종결시키는 것은 윤리적으로 허용돼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다떼이와 신야 일본 릿츠메이칸대학대학원 교수는 “존엄사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원래 죽음을 눈앞에 둔 사람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간단하게 죽여야 한다고 인정해 버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연명을 거부하는 이유가 있다면 그것은 대부분 주위사람들에게 폐를 끼치기 싫어한다는 이유 때문일 것”이라며 “주위에 폐를 끼치지 않겠다는 마음은 매우 아름다운 마음이다. 그러나 그것을 주위사람들이 그대로 받아들여 버린다면 ‘우리들을 위해서라도 제발 죽어 주십시오’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허대석 한국보건의료연구원장은 “무의미한 연명치료의 중단은 연명치료를 거부할 수 있는 환자의 권리 측면에서 논의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심폐소생술 금지도 심폐소생술을 거부할 수 있는 환자의 권리 시각에서 접근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주장했다.

허 원장은 “연명장치 중단에 관여한 의사를 살인방조죄로 처벌한 보라매병원 사건의 영향으로 이 논의가 중환자 치료 중에 발생할 수 있는 의사들의 책임문제를 면해주기 위한 것처럼 오해되고 있는 측면이 있다”며 “이 같은 논의의 본질은 환자의 자기결정권에 관한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반면 이윤성 대한의사협회 부회장은 안락사와 존엄사 및 연명치료 중단에 찬성의 의견을 제시했다.

이 부회장은 “의료 현장에서 연명치료를 중지하는 상황이 있는 까닭은 생명을 경시하기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무의미한 연명치료로 사망의 과정을 늘림으로써 생명의 품위를 훼손하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이른바 루게릭병도 안타깝지만 현대의학이나 의료의 수준으로는 치료나 치유가 불가능한 질병의 경우 말기에 이르러서는 연명치료의 중지를 고려할 수 있다”며 “물론 그 전에 충분히 생존할 수 있는 사회 경제적 지원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그러나 말기에 이르러서는 의사 결정 능력이 있다면 자신의 상태에 대한 설명과 정보를 들은 뒤에 스스로 연명치료의 계속이나 중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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