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수 민주당 의원이 국회 대정부 질문 마지막 날인 11일 오전 9시 50분 국회 본회의장 앞 로텐더 홀에서는 동료 의원들을 상대로 ‘연간 1조원 이상의 장애인연금 도입’을 호소하는 호소문을 나눠줘 눈길을 끌었다.

개개인이 헌법기관인 국회에서 국회의원이 국회의원에게 유인물을 배부하는 모습은 보기 드문 낯선 풍경이다.

호소문은 ‘제대로 된 장애인 연금 도입, 18대 국회와 이명박 정부의 대국민 약속입니다’라는 제목으로 ‘연간 2조원의 장애인연금을 도입해야 하는 7가지 이유’라는 부제가 달렸다.

박 의원은 호소문에서 “장애인연금 도입은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 한나라당, 민주당 등 주요 정당은 물론 대부분의 군소 정당들까지 정치권 모두가 내 세운 대국민 약속이었다”고 서두를 꺼냈다.

이어 “이명박 대통령께서도 지난 9월 7일 제23차 라디오 연설에서 ‘일할 수 있는 장애인에게는 일자리를 주고, 일 할 수 없는 장애인들은 국가가 책임지고 보살피겠다’고 했다”며 “강력한 대통령제 국가인 대한민국에서 대통령의 의지가 예산으로 뒷받침되지 않는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또 “2현재 OECD 회원국 중 한국과 오스트리아만 유일하게 장애인연금이 없는 나라이다. 오스트리아의 경우에는 장애인이나 노인 등 근로능력이 없는 사람에게 공공부조 혜택을 훨씬 더 많이 주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우리나라만 유일하게 ‘무기여식 장애인연금제도’를 도입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호소문은 “OECD 국가들 대부분이 국민소득 1만3000~1만5000달러에 즈음해서 장애인연금을 도입한 데 반해 우리는 국민소득이 2만 달러에 가까움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장애인연금을 도입하지 못한 부끄러운 현실 속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오랜 세월 켜켜이 쌓여 온 누적된 차별로 인해 장애인들의 삶은 피폐할 대로 피폐해져 있다”고 말했다.

호소문은 또 “우리나라의 비장애인 가구 대비 장애인 가구의 소득 비율은 13.6%이다. 비장애인이 100만원 벌 때 장애인은 13만6000원을 벌고 있다는 얘기”라며 “당연히 OECD 국가 평균인 41%에 한참 모자라는 꼴찌 중의 꼴찌”라고 밝혔다.

또 “장애인들에게는 정기적인 의료 재활과 직업 재활, 휠체어 같은 보조기구를 유지하는 데 들어가는 ‘추가비용’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2008년 보건복지가족부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장애인들의 월 평균 추가 비용은 15만9000원(중증 20만8000원, 경증 13만7000원)에 달하고 있다.

현행 ‘장애수당’ 제도는 바로 이 추가 비용을 보전해 주기 위해 있는 제도로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 계층에게 최대 13만원(중증)에서 최소 2만원(경증)까지를 지급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 정부가 내 놓은 장애인연금은 월 15만원씩 연금을 주는 대신에 13만원씩 주던 장애수당을 폐지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하고 있다.

박 의원은 “어느 장애인인들 이를 ‘기만적’이라고 여기지 않을 수 있겠냐”면서 “장애인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지출해야만 하는 ‘추가비용’은 장애수당으로 보전해 주고,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최저소득’은 장애인연금으로 보전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장애인들에게는 노인과는 달리 ‘추가비용’이라는 것이 필요하다. 노인의 경우 적지 않은 분들이 재산을 가지고 있거나 ‘노후 자금’을 소유하고 있는 반면 장애인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태반”이라며 “장애인연금을 기초노령연금과 비교해서는 안 된다”고 역설했다.

박 의원은 “여권 일각에서조차 예산이 1조원은 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현실 등을 소개하면서 이제 국회가 장애인들의 염원에 화답해야 할 때”라고 글을 맺었다.

김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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