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대학교 사회복지학부 신은주 교수

알콜 중독으로 상습적인 가정폭력을 일삼던 40대 아버지를 목 졸라 살해한 여중생양의 구명운동이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이처럼 가정폭력의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게 된 사건이나 가정폭력에 시달리던 피해자가 급기야는 가해자인 남편이나 아버지를 살해하게 되는 사건이 계속되고 있다. 

이는 가정폭력범죄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특례법)이 가정폭력의 근절과 피해자보호라는 법 제정 당시의 취지를 제대로 구현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오히려 현행 특례법은 "가정보호"라는 입법 목적에 과도하게 집착한 결과 가정폭력 가해자의 처벌과 교정에도, 그리고 피해자의 효과적인 보호에도 실패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법집행의 문제가 아니라, 보다 근본적으로 특례법의 구조적 결함에서 연유하는 것이다.  

특례법의 문제점은 통상 다음의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 자료에서 발췌).

첫째, 특례법의 기본체계는 가정폭력범죄에 대한 국가개입의 방향을 "형사처벌보다는 경미한 제재인 보호처분을 부과"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는 가정폭력범죄의 죄질이나 재범의 위험성을 고려할 때 가정폭력범죄에 대한 적절한 대응정책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가정폭력범죄는 그 죄질이나 지속성, 재발의 위험성으로 볼 때 결코 일반 범죄사건보다 그 불법의 정도나 위험성이 적은 것이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이제 가정폭력범죄에 대한 대응 방향은 가정폭력범죄에 대하여 "적정하고 효과적인 대응책"을 강구하는 일이다.

둘째로, 현행 특례법은 "보호처분의 도입"으로 가해자에 대한 국가개입을 확보하는데 치중한 나머지 가정폭력범죄사건을 다루는데 있어서 중요한 문제인 피해자보호조치가 매우 미흡하다는 결함을 갖고 있다.

가정폭력범죄의 특수성 및 피해자보호의 관점에서 볼 때 법무부의 상담조건부 기소유예제도(이하 기소유예제도) 확대방침은 가정폭력에 대한 대응전략으로서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물론 어떤 제도가 본래부터 나쁜 것은 없다. 법무부의 확대방침에 대해 여성단체의 의견이 엇갈리는 점도 있다.

찬성하는 측은 기소유예제도가 가해자의 폭력성을 교정하는데 상당한 효과가 있으며 상담을 통하여 부부간의 갈등에 대한 대처법을 교육함으로써 갈등을 줄이는데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환영하고 있다. 

한편 반대 입장에서는 상담조건부 기소유예제도가 근본적으로 피해자의 인권과 안전에 대한 보호에 결함을 거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다음은 <상담조건부 기소유예 무엇이 문제인가> 라는 토론회에서 기소유예제도가 가정폭력범죄의 특수성을 어떻게 왜곡된 형태로 반영하는가에 대한 비판내용이다( 2005.5.26.토론회 자료집 참조).  

비판의 요지는 첫째, 기소유예제도는 피해자의 진정한 의사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오로지 피해자의 이혼의사만을 기계적으로 확인하여 사건처리의 향방을 결정지음으로써 피해자가 가정폭력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어 하는 진정한 의사와 안전에 대한 요청을 무시하게 만들 위험성을 안고 있다는 것이다. 

둘째, 기소유예제도는 가정폭력의 재범의 위험성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거쳐 재범의 위험이 낮은 범죄자중에서 선별되기는커녕 재범의 위험성이 있는 범죄자를 기소유예하도록 하는 기준을 운용하고 있으므로 이는 현행 특례법의 문제와 연결되어 가정폭력범죄의 "위험 예방과 통제"에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가정폭력범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법체계는 가정폭력범죄의 특수성을 반영하는 전제 위에서 가해자에 대한 탄력적인 제재를 강구함과 동시에 피해자의 보호를 위한 적극적인 위기개입방안을 체계화하는 방향으로 다시금 정립되어야 한다.
    

이경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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