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장애인들은 장애인들이 그들의 삶에 있어서 말 그대로 ‘장애’로 인식하고 있다.” 허일 한국재활복지대학 수화통역학과 교수는 비장애인들이 장애인들을 인식하는 진짜 마음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특히 장애인에 대해 좀 더 많이 안다는 전문가집단에서는 장애인들을 병리학적으로 접근하며 장애인에 대해 더 큰 괴리감을 가지고 있다고 힐난했다. 허 교수는 장애인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들과 공존하는 방법을 찾으라고 권했다.
“비장애인들은 자신들과 다른 장애인 문화의 독특한 삶에 대해 이야기 하지만 장애인들이 사라지고 없어졌으면 하는 것이 비장애인들의 속내입니다.”
허일 한국재활복지대학 수화통역과 교수는 비장애인들이 장애인들을 겉으로는 이해하는 척 하지만 실제로 그들의 마음속 깊은 곳에는 장애인들에 대한 깊은 오해와 편견이 자리잡고 있다며 이같이 꼬집었다.
특히 장애인에 대해 많은 연구를 하고 있다고 자처하는 일명 전문가집단에서 이같은 무지는 더욱 심하다고 허일 교수는 지적했다.
“비장애인들은 통상 장애인에 대해 무능하고 결점이 많은 것으로 이해하고 있는데 특히 문외한보다는 장애인에 대해 전문가라고 하는 집단들이 장애인에 대해 철두철미하게 병리학적으로 접근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일명 전문가집단이 더 많은 오해와 더 큰 괴리감을 갖고 장애인에 대해 오해를 쌓으며 엉뚱한 일들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일부 청각장애인들은 이들의 생각에 정면으로 맞서며 이들의(전문가집단)의 오해를 깨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허 교수에 따르면 농인들은 그들의 청각장애 혹은 소리를 들을 수 없음을 부정하지 않는다. 농인들 중에는 자신이 농인인 것이 자랑스럽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어느 정도냐면, 다른 사람들이 자신이 병이 걸린 것이 아니냐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한다고 말할 정도라는 것. 즉, 병리학적인 입장에서 농인을 바라보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다.
많은 농인들이 자신이 무능하거나 사회생활을 하는데 있어 문제가 있다고 느끼지 않는다. 많은 농인들은 처음부터 듣기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청력상실을 그리워하는 일 따위는 없다. 장애라는 느낌이 없다. 본인들이 무능하며 장애인이라고 말하는 경우는 건청인 세계에서나 경험할 수 있는 일이다.
“농인들에게 있어 차별은 ‘남과 다르게’가 아니라 ‘남과 똑같이’ 농인을 대하고 남과 똑같이 의사소통하고, 공부하고, 직장생활하고, 결혼생활 할 것을 요구했기 때문인 경우가 더 많아요.”
그는 또 농인들과 청인들이 함께 더 행복하게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은 그들의 세상을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인들 농인들은 지난 몇 백 년 동안 청인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와 의사소통 방법을 배우기 위해 노력해 왔고, 지금도 노력하고 있다며 그렇다면 이제 청인들도 농인들을 이해할 수 있는 의사소통 방법을 찾고 함께 공부하고 함께 일해야 하지 않을까요?”
허 교수는 농인들이 직면하고 있는 삶의 문제들은 한 개인의 노력으로 해결할 수 없으며 사회, 특히 청인들이 공존에 대한 해법을 찾을 것을 권고했다.
“농인들의 완전한 사회 참여를 가로막고 있는 청인 중심의 정보접근 방식, 생활방식, 업무처리 방식만을 고집하는 경직성과 하나만 아는 무능력, 다른 사람들도 우리와 같아야 한다는 자기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려는 아주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그는 청각장애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3가지 공동체를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같은’ 목표를 공유하고,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협력’하는 사람들이 각자 나름대로 자기들만의 ‘목표’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장애인들의 문화는 그들끼리만 모여 사는 영토를 만들려는 것이 아니며, 한국 사회 일부 구성원만이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과 더 잘 공존할 수 있는 법’을 배우고 연습하는 과정에서 자리 잡은 삶의 방식이고 신념체계입니다.”
허일 교수는 장애인권리협약에서 인정.존중.지원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장애인 문화는 인간의 다양성과 장애인의 다양성 속에서 인식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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