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국가인권위원회 출범 이후 2009년 10월 31일까지 총 26만4717건의 인권침해·차별행위 관련 진정 및 상담이 접수된 것으로 나타났다.

인권위가 11월 25일 설립 8주년을 맞아 ‘진정상담통계자료’와 ‘주요권고현황’을 발표했다.

자료에 따르면 접수된 진정 및 상담 26만4717건 중 민원이 14만4469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상담 7만9457건, 진정 4만791건으로 뒤를 이었다.

이중 진정사건을 유형별로 살펴보면 인권침해가 79%, 차별행위가 16.5%, 기타가 4.5%의 비율을 보이고 있다.

인권침해로 접수된 사건의 경우 피진정기관별로 보면 구금시설(42.3%), 경찰(22.3%), 국가기관(12%), 다수인보호시설(8.4%), 지방자치단체(4.9%), 검찰(4.7%)의 순었다.

차별사건은 장애(27%), 기타(18.8%), 사회적신분(14.7%), 성희롱(9.2%), 나이(7.7%), 성별(4.7%) 순으로 접수됐다.

최근 3년간 추이를 보면 침해사건의 경우 다수인보호시설이, 차별사건의 경우 장애를 사유로 한 진정이 각각 급증한 것이 특징이다.

인권위는 다수인보호시설은 정신장애인 인권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지속적인 인권교육이, 장애사건은 지난해 시행된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영향인 것으로 분석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인권위의 설립은 그 자체로 우리사회의 인권에 대한 인식과 자세, 수준에서 근본적인 전환을 가져온 계기라고 할 수 있다”며 “그동안 인권위의 수많은 권고와 의견표명, 인권침해와 차별행위에 대한 개선 결정은 일부 논란의 과정을 겪었지만 인권의 관점에서 사고하고 실천하는 사회적 공감대를 확산하는데 기여했다고 자부한다”고 밝혔다.

또 “특히 국가기관들이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이나 각종 법령이나 제도를 인권의 시각에서 바라보기 시작했고, 사회 곳곳에서 알게 모르게 벌어졌던 인권침해나 차별행위가 개선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인권위는 특히 우리사회 취약계층의 인권보호를 위한 제도와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평가다.

우선 검찰, 경찰, 군 등 국가공권력에 의한 인권침해를 개선하고 예방한 사례를 들 수 있다. 서울지검 피의자 고문치사 사건 등을 통한 검찰과 경찰 수사관행 개선, 전의경 인권상황 전반에 대한 정책 제도개선 권고, 육군훈련소 가혹행위, 사병 의료권 침해 조사 등을 통해 인권친화적 병영문화 실현의 계기를 마련했다.

또한 구금시설과 다수인보호시설 수용자 등의 인권향상을 꼽을 수 있다. 가죽수갑과 사슬 폐지, 연속징벌 금지 등 구금시설 제도 개선 권고, 정신보건법 개정 권고와 정신장애인 인권보호와 증진을 위한 국가보고서 작성 발표 등이 대표적이다.

우리사회의 차별적 제도와 관행도 개선했다. 한센인 인권개선을 위한 정책권고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시정과 함께 공무원 시험 연령제한, 입사지원서에 학교, 장애 등의 기재요구 등 생활 속의 다양한 차별영역을 시정하도록 했다.

아울러 우리사회의 인권선진화를 위한 토대구축을 위해 노력해 왔다.

먼저 2006년 인권관련 법.제도.정책.관행 개선을 위한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NAP, National Action Plan)을 마련해 정부에 권고했다.

또한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2008. 4.11. 시행), 연령차별금지법 제정(2009.3.24. 시행)에 기여한 것을 비롯해 차별금지법(안) 제정 권고(2006년), 이주민인권보호 사업 토대 구축 등을 통해 사회적 약자 인권보호를 위해 노력했다.

인권위가 걸어온 8년은 국제사회에서 인권선진국으로서 우리나라 위상을 제고하고, 인권 외교를 지원하며 국격을 높이는 과정이었다.

설립이후 70여개국의 국가인권기구 대표가 참석하는 ‘제7차 세계국가인권기구대회(2004년)’를 성공적으로 마쳤고, 아태지역국가인권기구포럼(APF) 의장국(2004년, 2007년)과 부의장국(2005년, 2008년)을 각각 두 차례 역임했다. 2007~2008년에는 세계 120여개국의 국가인권기구 대표체인 ‘국가인권기구 국제조정위원회(ICC)'의 부의장국도 맡았다. 또한 유엔인권이사회의 UPR(국가별 인권상황 정기검토)을 비롯한 국제인권활동에 적극 참여하는 한편 아태지역 등의 인권기구 직원초청연수 등 그동안 축척한 인권경험을 수출함으로써 우리 정부의 인권외교를 지원하고 국가브랜드 향상에도 기여했다.

인권위는 올해 ‘2009-2011 인권행동증진계획’에 따라 ‘국제인권기준에 부합하는 인권선진사회 실현’을 목표로 5대 전략목표와 1개 특별과제를 중점적으로 추진했다.

5대 전략과제는 한국사회에서 예상되는 인권과제를 개념화하되 국가인권위원회가 현실적으로 집중할 수 있는 분야를 우선적으로 선택한 것이다.

이 전략과제는 △기본적 자유의 실질적 보장 △아동 노인 인권향상 △경제적 약자의 인권향상 △다문화 사회의 인권증진 △사회적 약자의 차별시정 강화 등이고, 특별사업은 북한인권 개선사업이다.

인권위는 이를 추진하기 위해 △국제인권기준 상용화 △성평등 관점 △독립성 강화 △고객 시민 중심화 △파트너십 강화 등을 이행지침으로 설정하고 적용하고 있다.

인권위 관계자는 “설립 8주년을 맞아 그동안 성과를 기반으로 앞으로도 국민들과 함께 호흡하면서 국가인권기구에 부여된 임무를 변함없이 수행할 것을 다짐한다”며 “특히 국민들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인권문제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개선방안을 찾는데 더욱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한편 인권위 직원들은 설립 8주년을 맞는 11월 25일 예년과 달리 자체 기념식을 하지 않고 각 국.과별로 인권현장활동을 통해 생활 속 인권현안을 직접 확인.체험하고 향후 업무에 반영하도록 할 계획이다. 

김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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