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빈곤문제연구소 류정순 소장

그러나 현재 국회에 상정되어 있는 장애인연금법안에 의하면 경증장애인이 배제되어 있고, 기초노령연금에는 없는 부양의무자기준이 있으며, 중증장애인을 위한 연금도 액수가 장애계가 껌 값 이라고 조롱했던 보건복지가족부의 원안을 반토막내 상정한 것으로서 너무 낮게 책정되어 있다.

2010년 장애연금은 기초급여 9만1000원, 부가급여 6만원, 총액 15만1000원이다. 이 액수는 지난 3년 동안 동결되어 온 중앙정부 지원 중증장애수당을 2만1000원 상향조정한 것에 불과하다.

현재 중증장애인은 13만~18만원의 장애수당을 받고 있다(중앙정부지원금 13만원, 지역에 따라 지방자치단체 지원금 0~5만원). 따라서 장애연금제도가 도입되면 서울, 부산, 대구, 인천, 경기도, 및 울산 지역의 중증장애인은 지방자치단체에서 지급하던 장애수당을 계속해서 지급하지 않는 한 올해 받던 장애수당보다 내년에 장애연금을 더 적게 받게 된다.

중증장애인연금은 지자체와 매칭펀드로 이뤄지는데, 다른 국고보조사업에 비해 중앙정부 지원금이 상당히 낮은 편이다. 똑같이 매칭펀드로 이뤄지는 기초노령연금 보조율 71%, 의료급여 보조율 77.0%, 생계급여 보조율 78.4%, 장애인의료비지원 및 장애인자녀학비지원 사업도 보조율이 76~77%에 비하여 중증자애인연금은 67%로서 다른 제도에 비하여 많이 낮다.

부자 감세로 인해 지자체 재원이 줄어드는  마당에 지자체 재원부담을 늘리면 지자체의 복지 저항은 발생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지자체는 재산소득, 부양의무자조사를 깐깐하게 함으로써 장애연금 수급권자의 수를 최소화하고, 예산을 절약하려고 들 것은 불을 보듯이 뻔하다.

뿐만 아니라 현재의 차상위 장애수당 수급권자 선정기준은 부양의무자조사 없이 단지 장애인가구의 소득과 재산을 기준으로 선정함에 비하여 새롭게 도입되는 장애연금 수급권자 선정기준에는 부양의무자 기준을 적용한다.

따라서 기존의 장애수당을 받던 차상위 장애인 중에는 내년부터는 장애수당도 장애연금 둘 중에서 아무 것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로 몰리는 사람들이 많이 발생할 것이다.

돈을 더 주는 것도 아니고, 경증장애인이 배제되어 있으며, 기존의 차상위장애수당 수급권자가 배제되는 사례가 생기는 모순투성이의 장애연금제도가 도입되더라도 기존의 장애수당제도는 경중장애인을 중심으로 그냥 남을 수밖에 없다.

이렇듯 이중적이고 복잡한 장애인 소득보장제도를 운영하더라도 사각지대에 방치되는 차상위 장애인이 생길 바에야 연금법안을 폐기시키고 기존의 수장제도를 보완하는 것이 더 낫다.  

이에 본연구소는 ▲경증장애인 포함 ▲선정기준에서 부양의무자기준 제외 ▲급여수준을 중증장애인 20만8000원, 경증장애 12만5000원으로 상향조정 ▲수급자의 수를 전체 장애인의 70%까지 상향조정 등의 장애인연금법 개정을 요구한다.

국회에서 이러한 최소한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에 한국빈곤문제연구소는 장애계와 연대하여 장애인연금법(안)을 거부하고 새로운 법안의 상정을 위한 전면적 투쟁에 나설 것이다.

김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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