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시설에 있는 장애인들은 개, 돼지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나는 사람인데 왜 개, 돼지가 되어야 하는지…. 나의 인생이 그렇게 취급되어지는 것에 화가 났습니다. 더 이상 이렇게 살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시설에서 나와 살고 싶어도 집과 돈이 없으면 살아갈 수가 없다는 사실이 서글펐습니다.

#2 저는 시내를 활보하고, 혼자서 시장도 다녀오고, 친구를 만나러 지하철을 타러 가는 것이 행복합니다. 저는 사람들 속에서 함께 정상적으로 살기를 희망합니다. 저는 전파상을 차리는 것이 꿈입니다. 누구에게 배운 적은 없지만 누워서만 지내야 했기 때문에 혼자서 라디오를 뜯어보고 다시 조립하는 것을 반복해본 적이 있습니다. 힘든 일이겠지만, 열심히 기술을 배우고 노력하면 언젠가는 제 꿈을 이룰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있습니다.

최소 10년 이상을 시설의 규칙과 감시에 갇혀 자유가 없는 생활 속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대해 생각조차 하지 못한 채 살아왔던 시설 장애인들이 자립생활을 하겠다며 사회복지서비스 변경신청을 접수하는 사상 초유의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16일, '김포 향유의 집' 황인현(지체장애 1급) 씨, ‘음성 꽃동네 희망의집' 윤국진(뇌성마비 1급), 박현(뇌병변 1급) 씨 등 시설 장애인 3명은 ‘시설에서 지역사회로-사회복지서비스 변경신청 기자회견’을 누들장애인야학에서 열고 “시설보호 말고 자립을 지원하라”며 지자체에 서비스변경신청서를 접수했다.

이들은 “사람으로 태어났으니 사람으로 인정받고 살고 싶다”, “불쌍한 장애인이 아닌 당당한 시민으로 살고 싶다”며 양천구와 음성군에 임대주택 또는 체험홈 등 주거지원, 자립생활 정착 위한 경제적 지원, 활동보조, 취업지원ㆍ기술교육 등을 요청했다.

사회복지사업법 41조의 2에는 시장·군수·구청장은 사회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 시설에의 입소에 우선하여 재가복지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33조의 2는 사회복지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자가 국가와 지자체에 복지서비스를 신청하거나 변경을 요청할 수 있음을 밝히고 있다.

2003년 개정 이래 이 법은 시설 수용에 우선해 재가복지서비스, 자립생활을 우선 제공, 지원할 것을 규정하고 있으며 당사자 스스로 서비스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해, 조치로서의 복지에서 권리로서의 복지로 한 발짝 나아갔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그러나 이 규정들은 시설수용을 고수하는 복지정책에 밀려 존재조차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채 사문화돼 왔던 게 현실이다.

이 날 이들의 서비스변경신청서를 접수한 지자체들은 사회복지사업법에 나와 있는 절차에 따라 복지요구 조사, 보호의 실시 여부와 그 유형 결정 보호대상자에 맞춘 보호계획 수립, 보호 실시, 평가 등을 추진해야 한다.

탈시설정책위원회 기획소송팀 임성택 변호사는 “단지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집안 형편과 사정 때문에 이들은 일방적으로 시설에 수용, 몇십년 이상을 아무런 꿈도 꾸지 못한 채 살아왔다”면서 “당신이 장애인이라면 군대, 감옥과 같은 곳에서 평생을 살기를 바라는가”라고 물었다.

아울러 “이번 서비스변경신청은 정부 및 지자체가 시설정책을 폐기하고 탈시설-자립생활을 지원하는 정책 선언을 하도록 변화시키기 위한 첫 시발점”이라며 “시설장애인을 대표해 탈시설 독립선언을 한 이분들의 용기와 의지에 박수와 지지를 보낸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자체가 서비스 제공을 거부하거나 부적절하고 불충분한 서비스를 제공했을 시, 행정소송을 제기할 것이며 앞으로 토론회, 언론 기고 등을 통해 탈시설-자립생활을 공론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탈시설정책위원회는 장애인당사자, 사회복지학자, 법학자, 변호사 등으로 지난 2008년 구성됐으며 사회복지시설정책에 반대해 모든 사람들이 지역에서 자유롭고 보편적인 삶을 살기 위한 대안을 연구해 왔다.

박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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