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로부터 도움만 받던 쪽방주민과 노숙인, 무료급식노인들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자신보다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모금을 하고 있어 훈훈함을 더해주고 있다.

지난해 성탄절 무렵 사회로부터 도움만 받던 쪽방주민, 노숙인, 무료급식소 이용 노인들이 성금 87만1610원을 모아 기탁해 화제가 된 일이 있었다. 이런 나눔이 올해에도 이어져 다시 모금을 하고 있는 것.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따르면 인천의 쪽방주민, 노숙인, 노인 무료급식소 이용자 등 그동안 주위의 도움을 받아왔던 어려운 이웃들이 정성껏 모은 성금을 오는 28일 서울시 중구 정동 사랑의 열매 회관 6층 나눔의 마을을 방문해 성금을 전달한다.

‘우리도 어렵지만 십시일반으로 정성을 모아보자’는 자발적인 모금이 시작된 것은 지난 12월 9일. 나눔의 출발은‘인천내일을여는집’에서 운영하는 쪽방상담소에서 시작됐다.

2008년 12월 26일 공동모금회를 방문해 성금을 기탁하는 데 참여했던 한  쪽방주민은 “평생 다른 사람을 위해 도와주기보다는 도움만 받았는데, 누군가를 돕는다는 것이 그렇게 즐거운 일인지 몰랐다. 우리 자신에 대해 자긍심도 생겨 나눔의 기쁨을 새삼 알게 됐다”라며 올해도 성금을 모아보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경제적 사정이 좋지 않아 걱정하는 주민 중에“돈이 없어 많이 못 내는데 어떡해 하냐”고 말하자, 이준모 목사(내일을여는집 상임이사)는 “돈의 액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정성과 마음만 있으면 되는 것 아니냐”고 했고, 이에 기꺼이 모금이 시작됐다. 

인천시 북성동, 인현동, 만석동에 있는 쪽방상담소 모금에 이어서 인천시 계양구 계산동에 있는 노숙인 쉼터와 노인 무료급식소에도 모금함을 두고 모금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박종숙 인천 내일을여는집 쪽방상담소 소장은 “두 번째라 지난해처럼 모금이 될까 많이 걱정했는데, 주민들의 호응이나 표정이 너무 밝았다. 누군가를 위해 돕고 나누는 일에 큰 자부심을 느끼는 것 같다”고 전했다.

지난해에는 성탄절 전날(24일)까지 진행했는데, 올해에는 12월 9일부터 25일 성탄절 오전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1장당 50원의 수입이 생기는 종이가방을 만드는 사람, 폐지를 주워 파는 사람, 굴이나 마늘을 까서 생계를 잇는 사람들이 동전부터 하루 벌어온 일당의 일부를 모으고 있다. 

이준모 목사는 “어렵고 힘든 사람들이 어려운 사람들의 사정을 더 잘 이해한다”며 “이분들의 작은 정성이 모여 사랑의 온도를 조금이라도 올리는데 도움이 되어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을종 공동모금회 사무총장은“지난해에 이어 이렇게 정성을 모아주어서 감사하면서도 여전히 미안한 마음이 든다”며 “도움을 받는 사람도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 나눔이다. 서로 서로 돕고 나눈다면 우리사회가 좀 더 행복하고 따뜻해질 것이다. 이번에 보내주신 성금은 다른 지역의 더 어려운 사람들에게 소중히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동모금회는 인천의 쪽방주민, 노숙인, 노인 무료급식소 노인들을‘희망2009나눔캠페인-62일의 나눔 릴레이’ 24호 행복나누미로 선정했다.

‘62일의 나눔릴레이’는 2009년 12월 1일부터 2010년 1월31일까지 62일 동안 펼쳐질 ‘희망2010나눔캠페인’ 기간 동안 매일 한 사람씩 우리사회를 행복하게 만들어 준 62명을 선정해 ‘행복나누미’로 위촉하는 캠페인이다. 

김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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