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버스 등 대중교통 요금인상이 하반기로 미뤄진 가운데 상반기 인상이 예고됐던 전기·도시가스 요금 역시 미뤄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상반기 공공요금 동결 기조를 밝혔다는 점에서 요금 정상화를 주장해온 산업통상자원부나 한국전력, 가스공사가 이를 추진하기 쉽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산업부와 한전, 가스공사 등에 따르면 2·4분기 요금인상과 관련해 준비하고 있는 것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요금인상과 관련한 속도조절에 힘이 실리고 있는 분위기다. 산업부 관계자는 "에너지요금 속도조절, 공공요금 인상 자제 등의 메시지가 있었고 관계부처와 함께 여러 상황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서 방향을 잡아가야 할 것 같다"는 원론적 답변을 내놨다. 이는 올 연초까지 요금 정상화를 근거로 요금 인상을 주장해온 산업부의 의견에서 달라진 점이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지난해 12월 대국민 설명문을 통해 "한전과 가스공사의 경영을 정상화하고 에너지 공급 지속성을 확보하는 등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선 전기·가스 요금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대통령실이 공공요금 동결 기조를 밝히면서 산업부의 정책 기조에 변화가 생긴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지난 15일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서민 부담이 최소화하도록 에너지 요금을 비롯한 공공요금의 인상 폭과 속도를 조절하겠다고 직접 밝혔다.

잇따른 공공요금 인상에 정부로선 속도조절이 불가피하지만 천문학적으로 불어난 공기업 손실이 문제다. 한전은 지난해 발생한 적자만 30조원을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가스공사 미수금도 지난해 말 기준 9조원에 달한다. 업계에선 도시가스 사용이 많은 겨울을 지나면 미수금이 14조원까지 불어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상반기 요금을 동결하더라도 하반기 요금인상이 가능할지도 의문이다. 내년 4월 국회의원 선거를 앞둔 하반기에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에너지 요금인상에 나서기 어려운 분위기가 조성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윤석열 정부가 내세운 에너지 요금정책의 기조는 단계적 인상과 정상화라는 점을 고려하면 추가 대책이 인상 시기보다는 인상 폭 조절에 방점이 찍힐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임문선 기자  moonsun963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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